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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 엄마 맞아?"…‘아이 엄마’가 어때서!

[취재파일] "아이 엄마 맞아?"…‘아이 엄마’가 어때서!
‘아이 엄마 맞아?’…'엄마'는 쉬고 싶다

지난 몇 월 출산한 여배우가 화보를 찍었다. 혹은 파파라치에 근황이 포착됐다. 그것도 아니면 특정 행사장에 나타났다고 치자. 그런 류의 소식을 전하는 연예 기사를 본 사람이라면, 다음의 문구를 본 적이, 아마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애) 엄마 맞아?”

포털 사이트에서 ‘아이 엄마 맞아?’ ‘애 엄마 맞아?’로 검색을 해 봤다. ‘여전히 아름다운 ooo' '여전한 섹시미’ ‘환상적인 비키니 몸매’. 이런 문구들이 함께 제목으로 내걸려 있다.  이런 류의 제목들이 모여있는 페이지가 50개를 넘어간다. 50개 이후부터는 특별히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아 숫자를 더 세아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이(애) 엄마 맞아?’라는 특정 문구는 특정 상황을 전달하는 ‘클리셰’가 됐다.

“아이(애) 아빠 맞아?”

성별을 바꿔보자. 아이 아빠인 남성 연예인 동정 기사의 경우는 어떨까. ‘짐승남’ 같은 문구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첫 페이지부터 해당 제목을 내건 기사들이 쏟아졌던 여성의 경우와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드문드문 검색 결과에 부합하는 기사들이 보일 뿐이다.

‘아이 엄마’의 실체에 대해서 새삼 궁금해진다. 그 제목들에서 언급하는 ‘아이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아이 엄마인 여배우는 ‘아이 엄마’같아서는 안 되는가.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비키니가 제법 잘 어울리는 아이 엄마는 ‘아이 엄마’가 아닌가. 여기서 그 동안 사용되어 온 ‘아이 엄마’의 이미지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몸매는 흐트러져 있고, 외적인 부분을 가꾸지 않는 모습이 ‘아이 엄마’ 다운 것일까. 이런 표현들은 아이 엄마들로 하여금 어떤 반응들을 유발하는가. 사실, 많은 아이 엄마들이 이런 제목을 보고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외형적인 부분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이 엄마’이기 전부터도 멋진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출산 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그들의 투자와 노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다시 궁금해진다. 왜 굳이 그녀들의 사진에 ‘아이 엄마’를 거론해야 하는가. ‘아이 엄마’를 다시 거론함으로 인해서 ‘아이 엄마’에 대한 편견을 확대 재상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 엄마가 맞냐고 여기저기서 궁금해하다보니 아이 엄마가 ‘아이 엄마’같아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까지 들곤 한다. 이 사회에서 아이 엄마들은 심지어 ‘아이 엄마’같아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사건 기사나 해외 토픽 기사에 한동안, 혹은 일부 매체에서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제목을 내세웠다. ‘알고 보니 헉!’ ‘경악’같은 것들이 그 예다. 대부분 경험했겠지만, 정작 기사를 읽어보면 ‘헉!’할만 한 일이 아니었고, ‘경악’까지 할 정도의 사건이 아닌 경우가 있었다. 클릭 수는 한동안 늘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독자들은 피로해진다. ‘아이 엄마 맞아?’ 류의 제목을 읽는 순간, 나는 오늘도 피로감이 들었다. 도대체 엄마가 무슨 죄이기에 이렇게 매번 거론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빠들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안 그래도 엄마들 살기 편치 않은 세상이다. 혐오 표현이 넘쳐난다는데, 그 중심에 엄마들이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벌레가 되어 ‘맘충’이라고 불린다. 유모차를 끌고 커피 마시러 오는 엄마들은 ‘커피충’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30대 여성의 스트레스성 수면장애 증가율은 해마다 10%를 넘는다고 한다. 육아와 직장, 취업 스트레스 영향이라니 엄마들 살기가 그만큼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엄마를 쉬게 하자"는 광고 문구가 있다. 사람 뿐 아니라, 가끔은 '엄마'라는 단어도 좀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안그래도 엄마들은 ‘엄마’라는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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