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면 'ETRI, ICT 이용해 맞춤구두 제작한다 ..ICT가 구두산업에 접목,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이란 내용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구두제작 기술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ICT를 활용해 ’맞춤형 구두골(발 모양 형틀) 제작 기술‘과 ’구두의 전자 가봉분석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한 ETRI 전직 연구원 출신의 조 모 박사는 “발을 스캐닝하면 발 뼈와 근육의 구조가 그대로 구두골에 반영되어 구두골의 형상이 마치 구두가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돼 그만큼 정확하게 맞고 편한 맞춤형 구두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활동량이 많은 직장인이나 오랜 시간 서서 근무하는 특수직 근무자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여성이나 무대공연 연예인 , 운동경기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박사는 “이 기술 개발로 종전 수작업에 의해 플라스틱 덩어리로 구두골을 깎는데 최고급 기술자가 약 1개월의 시일이 소요됐지만 본 기술로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며 ETRI의 원천기술이 산업에 본격 응용되어 짐으로써 누구나 편안한 신발을 손쉽게 공급받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ETRI는 조 박사에게 5천만 원의 연구 사업비를 지원했습니다. 또 “이번 성과는 국민의 아이디어를 가치화 해주는 대한민국 사업 아이디어 플랫폼인 “창조경제타운‘의 도움을 받은 값진 성과로 ETRI의 창업공작소를 통해 멘토링 지원도 톡톡히 받았다” “창조경제의 대표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ETRI의 보도 자료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 크게 기사화 됐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뒤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게 한 건의 제보가 들어 왔습니다. ETRI의 발표는 ‘과대 포장된 거짓’이라는 겁니다.
백 대표는 3가지 핵심 쟁점을 반박 근거로 내놓았습니다.
첫째는 조 박사의 3D 스캐닝으로는 발 모양을 정확히 반영한 구두골을 제작할 수 없으며 둘째로 구두골 제작에 한 달 소요된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고 셋째 조 박사의 3D 프린터로서는 고강도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고농축 폴리에틸렌 구두골 재질을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첫째 쟁점인 편안한 구두골 제작 유무의 문젭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첨단 신발산업 연구의 대표적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박승범 박사(신발산업진흥센터 성능평가팀장)의 견해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는 “전 세계 유명 브랜드 신발제조사의 95% 이상이 서서 발을 측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체중으로 인한 발의 변형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스탠딩 방식이 더 유효한 걸로 연구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 박사는 S상사에 맞춤형 신발 제작 용역을 주면서 자신들이 측정한 발 스캔 자료를 제공했는데 그 항목은 발길이와 볼 둘레 두 항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항목 마다 힘 준 것과 힘 뺀 것의 수치를 보내왔습니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자신들의 스탠딩 측정에서는 발길이와 볼 넓이는 기본이고 발등 둘레와 높이, 업지와 새끼 발가락 각도 등 12개 항목을 측정한다며 “조 박사의 데이트로는 정확한 구두골을 만들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이메일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둘째로 구두골 제작에 수작업으로 한 달이 걸린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백 대표는 “요즘 구두골 제작을 수작업으로 하는 곳은 없다”며 ”자신의 회사에서 하루면 충분하다”며 “과장 엉터리 발표”라고 밝혔습니다.
셋째로 조박사가 보유한 3D 프린터로서는 고강도 구두골을 만들 수 없다는 백 대표의 발언에 대해 조 박사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조 박사는 “그래서 S상사에 구두골 제작을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ETRI에 고강도 구두골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취재진이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ETRI와 조 박사는 이에 대해 “이번 내용은 ETRI가 맞춤구두 제작 공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였음을 보도한 것으로 이는 지적 재산에 해당하는 ‘방법’이나 ‘원리’를 개발하였다는 의미일 뿐 ETRI가 구두 자체를 제작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연구개발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연구목적으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외부에 용역을 주어 제작하기도 한다“며 ”이번 S상사에 용역 계약을 맺은 것도 연구의 적합성 실험을 위해 제작을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조 박사는 조만간 창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련 신발업계에서는 ETRI가 제시한 신기술이 곧바로 상용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신발진흥연구원 박승범 박사는 이 기술이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에게 파급돼 곧바로 사업화한다는 것은 진짜 비상식적“이라며 상용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이 기술이 신기술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반응입니다.
저는 신발제작 기술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창조경제의 성과 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 연구자 등 많은 관련자들이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성과는 하루 아침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기관장들은 성과에 목을 매달고 직원들에게 결과물을 요구하는 형국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성과를 위해 때로는 뻥튀기기와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한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ETRI의 성과 발표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반성해 볼 대목입니다. 물론 ETRI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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