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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역사전쟁에 가려진 새누리당 계파전쟁…시험대 오른 김무성 리더십

[취재파일] 역사전쟁에 가려진 새누리당 계파전쟁…시험대 오른 김무성 리더십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5.10.14 17: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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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의 '역사 전쟁'에 가려진 '계파 전쟁'

 요즘 새누리당의 거의 모든 회의는 한국사 교과서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가 제일 먼저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하면서 포문을 열면, 원유철 원내대표가 그걸 받아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과서 국정화 논리를 펼쳐나가는 식입니다. 다른 최고위원들이나 중진의원들도 손발을 착착 맞춰 지원사격을 하곤 합니다. 외부의 중요 어젠다를 정하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하는 새누리당의 강점은 이번 역사 교과서 문제를 두고도 힘을 발휘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새누리당은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개회의 자리에서 김 대표를 격한 용어를 써가며 공격했습니다. "당을 떡 주무르듯이 한다"며 "앞으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전쟁을 선언하는 듯 한 격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지지 않고 "공개 발언과 비공개 발언을 구분해 달라"며 말싸움을 벌였습니다.

 전당대회에서 1위와 2위가 이정도로 충돌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박계와 친박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립하는 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계파 전쟁이 막이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잠시 역사 전쟁이 벌어지면서 계파전쟁은 휴전 상태에 들어간 것이지만, 언제든 새누리당 내 계파 싸움은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갈등의 근원에는 공천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암투 벌어지던 공천특위 위원장,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공천룰을 정하는 건 자기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일입니다. 아주 작은 규칙이라도 변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후보에 따라서는 작은 공천 규칙이 바뀌면 새누리당 간판을 얻는 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가 곧 국회의원을 의미하는 영남지역 의원들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공천룰을 정하는 특별기구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어떻게 적용할 지 부터, 우선 추천제를 도입할지까지 하나하나가 핵폭탄급의 위력을 갖는 주제들을 논의하고 큰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천특위 위원장을 임명하는 것부터 비박, 친박 사이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 특위를 띄우면서 염두에 뒀던 인물은 황진하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선거 관련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이 특위 위원장을 맡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친박계에서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의 지휘계통에 있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 것은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원래 친박 진영에 속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사무총장 임명 이후 대표와 급속도로 가까워진 황 사무총장을 친박계가 신뢰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친박 진영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에는 뭔가 미덥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습니다. 특위 위원장을 최고위원들이 맡고 있으니 공천 특위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맡는 게 좋겠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박 진영이 발끈했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축출 과정에 앞장서 신박(新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가 됐습니다. 게다가 대표와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김태호 최고위원이 특위 위원장이 되는 것은 비박진영에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김 최고위원이 자진해서 특위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는 하기는 해야 하는데, 그 좋다는 특위 위원장 자리가 졸지에 구인난을 겪게 된 겁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황진하 사무총장 카드를 접으려면 중립지대의 중진 의원이 맡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인물이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의원이었습니다. 7인회 멤버로 원로 친박이라고 할 수 있고, 연륜과 중량감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박계에서 또 마뜩찮은 반응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선수나 경력에서 밀리지 않는 강창희 의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이 실제 특위 위원장직을 맡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었습니다.

 친박 진영에서는 해수부 장관 출신의 이주영 의원을 위원장을 시키자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원내대표 선거에 여러 번 나왔던 경험도 있고, 4선의 경력도 빠지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위원장을 이주영 의원이 맡고 특위의 실무적인 일은 황진하 사무총장이 맡아 총괄간사를 맡는 절충형이었습니다. 지난 8일 최고위원들의 위임을 받아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의 3자 회동에서 이주영-황진하 조합이 이미 합의됐다고 친박계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먼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러면서 합의 사항은 깨졌고,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합의를 다해놓고 언론 핑계를 대며 없던 일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이름이 거론되는 와중에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의미 있는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어제(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인데, 한마디로 위원장은 누가 맡아도 아무 상관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어차피 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 의원은 경선룰에 대해서는 단호했습니다. 오랫동안 투쟁과 논란을 거쳐 만든 공천방식인 50%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 비율은 지켜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을 바꾸려면 당내 충분한 심사숙고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때마침 이주영 의원도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제 통화를 했을 때 이 의원은 합의추대를 하면 맡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얘기를 들어보니 합의추대를 받아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이미 특위 위원장 자리가 상처를 너무 크게 입어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대표 측근들은 이제 특위 위원장은 황진하 사무총장이 맡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투 경기 도중 펀치를 난타하다 서로를 끌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때마침 역사 교과서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면서 새누리당 계파 갈등은 자연스럽게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대통령도 미국 순방 중인데 집안싸움을 하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 싸우지 않는 김무성 대표, 시간은 대표의 편일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번 위원장 선임 문제도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 친박 진영과 각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무성 대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가급적 피해왔습니다. 중국 출장 중에 개헌 봇물 발언을 했을 때 청와대를 의식하고는 바로 자신의 말을 주워 담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친박계의 반발을 보고는 철회해버렸습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는 결국 청와대 편에 서서 '순망치한' 관계로 표현되곤 하던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의총을 거쳐 직접 받아냈습니다. 권력의 창업자가 아니라 상속자일수밖에 없는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매번 대통령을 배려하는 태도를 취해 온 김무성 대표에게 청와대도 마지막 선을 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김 대표는 한동안 마주치는 걸 피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마중 나가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일단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는 겁니다.

 김무성 대표는 총선 이후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청와대와 갈등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있는 권력과 충돌해봐야 서로에게 상처밖에 남지 않는데, 일단 갈등을 피하고 총선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일단 총선에서 승리하면 당내 입지와 지지율 모두를 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대표 주변 인물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자신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표현했던 오픈프라이머리가 야당이 거부하면서 최종 무산되는 걸 보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문재인 대표와 합의해 바로 들고 나왔습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100% 여론조사로 공천을 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100%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위 위원장 임명 과정도 좌고우면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당내 인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휴전 상태에 들어간 공천특위 위원장 임명을 대표의 뜻을 접고 친박계와 청와대 뜻을 받아들여 정하게 된다면 또 다시 뒷말이 나올 가능성은 큽니다. 휴화산 같은 새누리당 계파 전쟁은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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