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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휴가 기부'가 암 투병 소녀 살려

[월드리포트] '휴가 기부'가 암 투병 소녀 살려
▲ 노르망디 지역 신문 Le Reveil de Neufchatel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작은 도시 오말에 사는 조나단은 충격에 휩싸였다. 4살 짜리 딸 나엘이 암 판정을 받았다. 여러 검사 결과 신장에 13센티미터의 종양이 발견됐다. 딸은 바로 수술을 받았고, 4주에 걸쳐 항암치료를 했다. 아빠 조나단은 “딸은 합병증이 있었고, 삐쩍 말랐다. 몸에는 진통제를 주입하는 기계를 주렁주렁 달았고 폐 감염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항암치료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았다. 부모가 일과 간병을 병행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아빠는 일단 치료를 받는 어린 딸에 집중하기로 했다. 딸 곁에 머물며 보살폈는데, 그 동안 쌓아둔 휴가는 얼마 안가 바닥을 드러냈다. 유리 제조 공장을 다녔던 아빠는 회사 사장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회사 사장은 조나단의 처지를 이해한다며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사장은 <중병에 걸린 자녀가 있는 부모에 대한 휴가 기부> 법안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이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법안의 내용은 회사 직원이 아픈 자녀가 있는 동료에게 자신의 휴가를 쓰게 한다는 것이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조나단의 어려움을 설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조나단은 회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직원들이 무려 350일의 휴가를 자신을 위해 기부했다는 통보였다. 조나단은 “편지를 받고 너무 감동적이었고, 놀라웠다. 동료들이 내 짐을 덜어줬다. 딸의 검사와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 하며 말했다. 딸도 “아빠가 집에서 내 옆에 머물 수 있다는 소식에 너무 행복했다”고 그 때를 기억했다.

암 판정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나엘은 다시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병세를 세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차도가 분명히 있다. 동료의 휴가 기부 덕분에 아빠가 딸 옆에 있을 수 있었고, 아빠의 존재가 딸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빠는 “동료에게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엘은 올해 초 휴가 기부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나엘은 지금 보통 5살 아이가 하는 활동을 다 해낼 만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동료의 연대정신을 보여준 이 사연은 노르망디 지역 신문인 Le Reveil de Neufchatel이 처음 보도했다. 이 기사가 알려지면서 프랑스에서는 ‘휴가 기부’ 법안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은 작년 5월 9일자로 시행됐다. 법안은 단순하다. 직원은 사장의 동의 하에 20세 이하의 질병, 장애, 사고로 인해 보살핌이 필요한 자녀가 있는 동료에게 자신의 휴가를 기부할 수 있다.

휴가는 법정 근로시간 이상의 추가 근무로 발생한 대체휴가나 연차휴가를 기부할 수 있다. 휴가를 기부 받은 직원은 직장을 나가지 못하는 동안에도 급여를 받고 근속 연수에도 포함돼, 부재가 시작되기 전과 동일한 혜택을 유지한다.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위해 직원이 더 일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유급휴가를 기꺼이 포기함으로써 동료의 경제생활과 간병을 돕는 것이다. 회사도 일할 수 없게 된 직원을 퇴사시키지 않고 보듬어 안아야 한다. 상생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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