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 고비용 저효율 황금연휴 어쩌나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지난 10월1일, 중국의 건국 기념일부터 시작된 연휴는 일주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이른바 '황금연휴'. 중국은 이런 긴 연휴를 '창쟈(長假)'라고 부릅니다. 창쟈는 국경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춘제(우리의 설날)에도 창쟈가 주어집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샤오창쟈(小長假)'라고 부르는 연휴들이 중간에 있습니다. 청명절(4월5일), 노동절(5월1일), 단오절(음력 5월5일로 보통 6월), 중추절(우리의 추석으로 9월 또는 10월)에는 보통 사흘씩 쉽니다.
'와!'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들릴 듯합니다. '중국 노동자들은 일은 안 하고 쉬기만 하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상을 알고 보면 전혀 아닙니다.

토, 일 등 주말을 제외하고 중국의 공휴일은 매년 정확히 11일입니다. 아니, 무슨 소리? 위에 '창쟈'에 '샤오창쟈'를 합한 일수만 29일이나 되는데? 예를 들어 이번 국경절 연휴를 따져보죠.

10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연휴라지만 그 가운데 3일과 4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입니다. 그러니까 평일에 쉬는 날은 닷새죠. 그중 5일과 6일은 대체 근무를 합니다. 즉 5일에 쉰 대신 그 다음 주 토요일인 10월10일에는 일해야 합니다. 6일은 중추절 연휴에서 하루를 당겨왔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중국의 중추절 연휴는 토, 일 이틀뿐이었습니다. 원래 평일에 하루 쉬어야 할 날을 국경절에 붙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리지널 국경절 휴일은 단 사흘입니다.

춘제도 마찬가집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고, 대체 근무 이틀을 하고 나면 사실상 사흘이 쉬는 날입니다. 샤오창쟈도 비슷합니다. 사흘 연휴라지만 대부분 주말 이틀을 끼고 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주말에 일하고 그 이틀을 붙여서 사흘 연휴로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일요일에 대체근무를 하게 된다면 당장 종교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왜 이런 식으로 공휴일을 '억지로' 연휴로 만드는 것일까요?

노동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더니 그런 식의 휴일 체제가 노동생산성이 더 높다고 설명합니다. 주중에 공휴일이 있어서 징검다리 휴일을 갖게 되면 그 날 앞뒤로도 마음이 들떠서 노동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공휴일을 특정 날짜로 지정하는 대신 어느 달 몇째 주 월요일, 또는 금요일로 정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더 결정적으로는 중국의 땅이 넓어서일 것입니다. 물론 비행기로 가면 모든 지역이 4시간 안쪽에 연결되지만 대부분의 라오바이싱(老百姓), 즉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기차나 자동차로 가려면 웬만한 곳은 반나절, 심지어 하루를 훌쩍 넘깁니다. 휴일이라고 어디 여행을 가려면 하루, 이틀로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사흘은 보장해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춘제와 국경절의 '창쟈'는 더욱 특별한 의도가 있습니다.

춘제는 농민공 등 고향을 떠나 타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족, 친지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일주일 이상의 휴일을 보장해줍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향까지 오고 가는 데만 적어도 이틀, 길면 사나흘씩 걸리기 때문에 명절을 집에서 보내려면 일주일 이상이 필요합니다.

국경절은 여행을 하기 가장 좋은 기간을 이용해 관광과 휴식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또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려는 뜻도 숨어 있습니다. 아울러 여름휴가를 사실상 보장 받지 못하는 중국인들에게 일종의 확실한 휴가를 주는 것입니다. 중국도 물론 법정 휴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 모두 일하는데 나만 쉬겠다.'는 인식이 여전히 일반화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국 근로자들은 휴가를 쓰는 대신 연월차 보상금을 받거나 춘제 전후로 휴가를 내서 춘제 연휴를 늘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내가 따로 일정을 잡아서 휴가를 떠나기보다 국가에서 정해준 공휴일에 다 같이 쉬는 것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모두 다 같이 휴가를 즐기는 방식은 경제적으로 바람직할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생산 활동에 있어 막대한 손실을 유발합니다. 사실 조직에서 1~2명 휴가를 떠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공백을 보완을 해줄 수 있습니다. 즉 각자 시차를 두고 휴가를 가면 자리를 비운 사람의 노동력 손실은 온전히 1 명 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 다 쉬는 경우 생산 활동은 ‘올 스톱’ 됩니다. 1백 명이 일하는 공장이라면 1백 명 분의 완전한 손실이 생기는 것입니다.
더 큰 손해는 연휴 기간 중의 막대한 교통 혼잡, 관광지 포화, 바가지 등 각종 피해의 발생입니다. 특히 교통은 최악입니다.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여행에 나선 중국의 연인원은 7억5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천문학적인 인원이 이동을 하려니 교통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7일에만 각자 일터로 돌아가려고 길에 나선 사람이 1억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당연히 중국 전국의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됐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주차장입니다. 베이징 경계에서 시내까지 단 90킬로미터를 움직이는데 7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창쟈에는 유명 관광지마다 난리통입니다. 저도 몇 년 전 춘제 연휴에 상하이의 한 유명 관광지에 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공포였습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서로에게 밀려서 다니는데 이러다 한 사람이라도 넘어지면 대형 압사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관광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저 한 없이 줄을 서고 사람들의 등과 머리를 본 기억 밖에 남지 않습니다. 여행을 통한 휴식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바가지는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아예 다른 가격을 책정합니다. 이재를 따지는데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에서는 도가 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산둥성 칭다오의 '황금 새우' 사건입니다. 칭다오의 한 야외 포장마차에서 이런저런 해산물 안주에 술 몇 잔을 즐긴 일행이 계산서를 받아보고 기절초풍 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40만 원 넘게 나온 것입니다.

그 가운데 압권은 새우 요리였습니다. 1인분에 38 위안(약 7천 원)이라고 해서 시켰는데 무려 20만 원 가까이 계산됐습니다. 식당 주인에게 따졌더니 새우 1 마리에 38 위안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비싸게 낼 수 없다고 항의하자 주인은 몽둥이를 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당국도 매년 휴일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고민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습니다. 국경절 기간을 정해놓으면 각 지역마다 시차를 두고 연휴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휴가 제도를 살려서 각자 자신이 원할 때, 마음대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 탓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춘제 때나 국경절 전후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어떻든 현재의 중국 휴일 제도는 '치르는 비용은 매우 높으면서도 만족도는 아주 낮다'는 낙제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어로 '러나오(熱,門가운데市)'는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우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일컫습니다. 중국인들이 명절 분위기를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즉 중국인들은 원래 '붐비고 부산스럽고 왁자지껄한' 기조를 좋아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요즘의 연휴는 러나오의 도가 지나칩니다. 시끌벅적 해서 즐겁기보다 부대껴서 괴롭습니다. 게다가 중국인들도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게 휴양과 휴식을 즐기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의 '러나오'한 휴일 제도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