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알렉시예비치는 외신들과 한 인터뷰에서 "선량하고, 인간적인 러시아를 사랑하지만, 스탈린은 물론 비밀경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베리야, 현 러시아 국방장관인 세르게이 쇼이구를 좋아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알렉시예비치는 또 지난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과 관련해 "주권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이자 점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또, 반러시아 성향의 시위 도중 숨진 우크라이나인들의 사진을 보고 울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에 이어 우크라 동부에서 정부군과 교전하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러시아는 알렉시예비치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알렉시예비치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먼저 알렉시예비치의 수상을 축하한 다음 "그녀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해 줄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카우프만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는 "알렉시예비치의 메시지는 푸틴 대통령의 정책과 매우 많은 부분에서 충돌한다"면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처럼 역사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소통하는 게 그녀의 목표며, 이는 정치를 뛰어넘는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일각에서 한림원의 선택에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러시아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는 와중에 '반 푸틴' 성향의 알렉시예비치가 수상자로 결정된 점이 주목된다고 전했습니다.
한림원이 구소련과 현 러시아 체제를 압박하는 데 노벨문학상을 활용해왔고 알렉시예비치의 선정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겁니다.
지금껏 러시아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5명 중 이반 부닌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4명은 국외 망명 중 상을 받거나 당국의 저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근거로 수여되며 그게 전부"라고 말하고 "정치적인 상이었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렉시예비치는 또 자신의 조국인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분명히 내보이면서, 21년간 장기집권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출마한 이번 달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수상자 발표 후 스웨덴 일간 스벤스카다그블라뎃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이제 내 목소리가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권력이 나를 쉽게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며 그들은 내 목소리를 들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에 루카셴코의 장기집권에 지치고 아무것에도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들에게도 내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녀는 러시아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선 "벨라루스 정부는 마치 내가 우리나라에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알렉시예비치의 성공이 진심으로 기쁘다"면서 "이번 상이 벨라루스와 국민을 위한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반체제 성향이 짙은 그녀의 작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두 19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지만, 정작 벨라루스에서는 검열에 걸려 출간되지 못했습니다.
알렉시예비치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대해 비판하다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2012년에야 귀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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