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 대표적 과거사 사건으로 꼽히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법부가 직접 과오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기관을 대표해서 단정적으로 사과한다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엽합 의원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달랑 4장짜리 판결문이 아니라 사과가 필요한다"고 질의하자, 박 처장은 "강기훈씨가 상당기간 복역한 건 안타깝지만, 재판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사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박 처장은 이어 "사과를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과거 판결은 국과수 수사관들 증언을 바탕으로 유죄를 선고했고, 이후 새롭게 나타난 증거를 통해 위증이라는 게 밝혀져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밝혀,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지난 1991년 강기훈씨의 동료로 전국민족민주연합 간부였던 김기설씨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유서를 작성한 뒤 자살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며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부터 시민단체와 언론은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노태우 정권이 공안몰이를 했다며 무리한 기소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법원이 유죄 근거로 삼은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당시 감정을 담당한 국과수 직원이 다른 필적 감정에서 금품 수수 대가로 결과를 조작했다"며 신뢰성을 탄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유죄를 확정했고, 지난 2007년 진살화해과거사위는 필적감정 결과가 잘못됐다며 재심을 권고했습니다.
강씨는 이듬해 재심 청구을 했고, 법원은 재심 청구 8년, 사건 발생 24년 만인 지난 5월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암 투병 중인 강 씨는 사법부와 검찰을 상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 까지 기소 검사와 재판을 담당한 법관은 물론, 두 기관 모두 공식적으로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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