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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 ① - 석양의 무법자와 시리아

[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 ① - 석양의 무법자와 시리아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5.10.08 09:59 수정 2015.10.08 10: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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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표작 가운데 ‘석양의 무법자’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65년작으로 원제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입니다. 우리 말로 굳이 풀어 쓰면 ‘좋은 놈, 나쁜 놈, 추악한 놈’이 되겠죠.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시리즈가 이걸 패러디 했죠. 요즘 시리아 사태가 이와 비슷하게 돌아갑니다. 원래의 ‘놈놈놈’에 ‘이상한 놈’이 하나 더 붙었을 뿐이죠.

‘석양의 무법자’란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사실 좋은 놈은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좋은 놈’을 고른다면 미국과 서방, 반군이 되겠고, ‘나쁜 놈’은 당연히 ‘IS’ 고 ‘추악한 놈’은 시리아 정부가 해당될 겁니다. 여기에 러시아라는 ‘이상한 놈’ 이 새로 끼어든 형국입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가 시리아에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IS를 폭격했냐, 아니면 반군을 폭격했냐, 왜 시리아정부를 돕냐, 왜 못 돕냐를 두고 미국과 서방 VS 러시아, 시리아, 이란이 티격태격의 수준을 넘어 마치 한 판 붙을 심산인양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중동판 신냉전구도’라고 그럴싸한 제목을 갖다 붙이는 곳도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시리아 내전이 어떻게 시작됐고 돌아가는 지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늘 글을 시작합니다. ‘반군’이 뭐길래?

시리아 내전은 2011년 1월 26일 ‘아랍의 봄’의 영향을 받은 민주화 시위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시리아에선 시아파의 한 분파로 알라위파의 아사드 가문의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40년 넘게 독재를 휘두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랍의 봄이 스쳐간 튀니지와 리비아, 이집트, 예멘까지 다 독재 정권 타도가 시민혁명의 시작점이었던 만큼 시리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리아의 바사르 알 아사드 현 대통령은 협상이나 하야 대신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학살하는 걸 택하죠. 그러면서 시위대도 총을 들고 무력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독재에 반대하는 일부 장교와 군인도 시위대 편에 서게 되고 조직적으로 대항하면서 이른바 ‘반군’이라는 주체를 형성합니다. 독가스까지 써가며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유엔은 물론 미국과 서방은 강력하게 비난하고 축출 대상으로 삼아왔고 은밀하게 ‘반군’을 지원하게 됩니다.

반군은 여러 개의 조직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알 카에다 충성을 맹세한 알 누스라 전선 (정확히는 반군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통 반군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시리아군’ 여기에 이슬람성향의 반군 조직까지 모두 합쳐 40개의 반군조직이 있고, 반군 가운데 친미 성향을 미국이 ‘온건반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내전의 사생아 ‘IS’

그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이라고 불리는 IS (자칭 ‘이슬람국가’)는 어떻게 생겨나느냐? 시리아는 인구의 80%가 이슬람 수니파인 나랍니다. 그런데 정권은 20%뿐인 시아파계열이 잡고 있습니다. 시아파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은 수니파가 대부분이었죠. 이때 사실상 이름만 남았던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지부 책임자인 알 바그다디가 장차 중동의 판도를 뒤흔들 계략을 짜냅니다. 부하인 알 골라니에게 시리아 내전에 참가해 은밀히 세력을 키우라고 지시합니다. 이때 이라크에서는, 수니파였던 후세인의 잔당들이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정권에 핍박 받으면서 불만이 팽배할 때였습니다.

알 골라니는 후세인 잔당을 규합해서 시리아 내전에 가세하죠. 당연히 알 카에다라는 사실을 숨기고 수니파 반군으로 행세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으며 급속도로 세력을 키웁니다.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알 바그다디는 알 카에다 지도부와 갈등 끝에 아예 독립을 해버리는데 이게 바로 지금의 IS 입니다. 그러면서 이라크로 기습적인 공격을 하게 되고 결국 지금처럼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한 거대 조직으로 자리를 잡게 됐죠. 

미국은 이라크에서 종파 분쟁을 방임하면서 후세인 잔당이 알 카에다에 포섭되도록 만들었고, 또 알 카에다가 섞인 줄 모르고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결국 IS가 급속도로 힘을 키우게 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사실 중동에 무관심한 분들이 착각하는 게 시리아 내전이 IS 때문에 생긴 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리아 내전은 ‘정부와 반군’의 다툼인 것이고, IS는 시리아 내전을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든 장본인 것입니다. ● ‘추악한 학살자’ 알 아사드 정권

시리아 대통령은 ‘바사르 알 아사드’ 입니다. 원래 의사였는데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가 30년이나 대통령을 하고 죽자 교통사고로 죽은 형을 대신해 정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이 바사르가 추악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물불 가리지 않고 ‘대량 학살’을 밥 먹듯이 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주민이 두려워하는 게 뭘까요? ‘IS’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시리아 정부의 ‘통폭탄’입니다.

통폭탄은 드럼통에 화약과 쇠붙이. 기름을 넣은 재래식 폭탄입니다. 그냥 헬기에서 눈 대중으로 떨어뜨립니다. 반경 2킬로미터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폭발력에다가 정확도는 떨어지니 민간인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반군에 IS에 자꾸 밀리면서 이제는 국토의 20%만 차지한 시리아 정부는 이 통폭탄을 무차별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시리아 지도를 보면 정부는 레바논과 접한 서남부를 차지하고, IS는 북동부를 장악한 형국입니다. 반군은 말 그대로 시리아 정부 타도가 목적인 만큼 시리아 정부 영토에 접근해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멀리 있는 IS 대신 가까운 목전의 위협인 반군 지역을 무차별로 폭격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공군력을 가진 건 정부군이 유일합니다. 마음 놓고 공중폭격을 하는 거죠.) 올해 상반기에 시리아 정부군에 학살된 민간인이 8천 명인데, IS에 살해된 수의 7배에 달합니다. 지난해 시리아 난민을 취재하러 레바논에 갔는데 시리아 아이들은 스케치북에 IS보다 정부군의 폭탄이 더 많이 그려 넣었을 정돕니다. 일부 난민들은 아사드 정권만 내쫓아주면 IS는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면서 정부에 대한 강한 증오를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바사르가 얼마나 철면피냐면 한 번은 영국의 BBC에서 바사르한테 통폭탄을 왜 쓰냐고 묻자 “시리아 정부군에는 요리할 때 쓰는 냄비밖에 없다”면서 통폭탄은 처음 듣는 소리라고 비아냥 거리더군요. 유튜브에는 비행기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담뱃불로 통폭탄에 불을 붙여 투하하는 영상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데 말입니다.
● 미국의 손발이 되어줄 ‘반군’

미국과 서방은 당연히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전의 원흉이자 학살의 주범인 ‘알 아사드’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친미로 착 달라붙은 이라크와 달리 시리아는 정부군과 IS, 반군에 쿠르드까지 뒤엉키면서 전선이 너무 복잡하게 돌아가는 점도 내전의 장기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IS를 때리듯 시리아 정부를 공격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IS 공습이야 테러와 전쟁이지만 시리아 정부는 국가 대 국가의 진짜 ‘전쟁’이 될 테니까요. 미국으로선 시리아 정부 축출이 당면과제인 반군의 역할에 더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집니다. 쿠르드족과 더불어서 친미성향의 반군을 훈련시켜서 IS 격퇴와 시리아 정부 축출에 앞장서게 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효과는 정말 미약한 상태지만) 원래 정통 반군의 명맥을 유지하는 자유시리아군이 사실상 조직이 상당히 축소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반군을 키우고 세력을 되살리려고 미국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니면 시리아에서 정부군 타도를 목적으로 지상전을 해줄 조직이 사라져 버리니….

미국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시리아 정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반군만 집중 공습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반군의 본부기지만 골라서 타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면서 미국은 반군에게 러시아 전투기에 대항할 수 있도록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지급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IS에 빼앗길 경우 미 전투기를 공습할지 모를 우려 때문에 친미성향의 반군에 지급하지 않았던 무깁니다.

그만큼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으로 와해 위기에 놓였고, 미국은 시리아에서 손발이 되 줄 세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속사정과 전망에 관한 부분을 따로 나눠 게재하겠습니다.   

[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 ② - 러시아는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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