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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노예가 '일꾼'?…학부모 항의에 미 교과서 출판사 '백기'

미국에 건너온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마치 강제 이주한 '일꾼'으로 칭한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의 출판사가 학부모의 이의를 받아들여 개정판을 내고 이 부분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고교 교과서를 펴내는 맥그로 힐 출판사는 흑인의 정체성을 왜곡했다는 학부형의 지적을 받아들여 개정판에서 흑인이 '노예'였다는 점을 분명히 기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에 사는 흑인 엄마 로니 딘 버런은 최근 고교생 아들의 세계 지리 교과서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맥그로 힐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의 저자는 '이민의 형태'라는 장에서 '1500∼1800년대 행해진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해 수백만 명의 일꾼(worker)이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려고 아프리카에서 미국 남부로 건너왔다'고 기술했습니다.

버런은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이 돈 한 푼 받지 못한 노예였음에도 '일꾼'이라고 칭한 점, 자발적인 의사 없이 사실상 끌려와 팔린 노예 신세였음에도 '이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을 5일 현재 169만 명이 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들끓는 여론을 확인한 맥그로 힐 출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꾼이라는 표현이 출판사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개정판에서 흑인이 미국으로 강제 이주했고, 그들의 노동은 노예 노동이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개정판을 내기 앞서 온라인에 공개된 책자에서 이를 먼저 고치기로 했습니다.

버런은 "우리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라며 출판사의 태도 변화를 반겼습니다.

그러나 출판사에 여전히 비판적인 이들은 '강제 이민이라는 표현은 아프리카에 살던 흑인이 납치돼 팔려온 사실을 작게 취급하고 있다'면서 당장 개정판을 내 현재의 교과서를 대체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 주에서는 기후 변화, 종교 자유, 흑인 노예 제도 등 미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수 편향적 교과서로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도 '노예 해방'을 둘러싼 갈등이라기보다 각 주 자치권 행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전쟁 당시 공업 위주의 북부와 달리 남부는 전통적으로 농업 지역이어서 흑인 노예를 필요로 했다는 주장으로, 이 영향으로 텍사스 주 학교에서는 사회 과목에서 과거 극심한 백인의 흑인차별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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