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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파리 거리는 재떨이"…'무례'와 전쟁은 언제 끝날까?

[월드리포트] "파리 거리는 재떨이"…'무례'와 전쟁은 언제 끝날까?
파리 시내를 걸을 때는 시선을 ‘15도 위’로 맞추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파리지앵 같은 고고한 자태로 걸어보라는 걸까? 아니면 우아하고 고풍스런 건물을 눈으로 음미하라는 걸까? 둘 다 아니다. 고개를 숙이는 순간, 지저분한 개 배설물과 담배꽁초와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파리 거리 자체가 재떨이다. 흡연자들이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거리낌없이 던지기 때문이다. 거리가 더러워야 청소부가 할 일이 생겨 고용이 창출된다는 그럴듯한 해석도 뒤따른다. 하지만, 파리를 찾는 관광객에게 이 더러움은 충격이며 고통이다. 관광객들이 불만 사항을 꼽을 때 1, 2순위를 다툴 정도다.

프랑스는 2012년 세계보건기구 조사에서 인구의 25%가 흡연자였다. 스페인, 그리스를 제외하면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흡연으로 1년에 7만3천명이 숨진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식당이나 카페에서 금연을 시행하자, 흡연자들이 밖으로 나와 담배꽁초가 더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버리는 담배꽁초가 하루에 1톤이나 된다고 한다. 보다 못한 파리시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파리시는 이달(10월) 1일부터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68유로, 약 9만원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벌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180유로, 약 24만원으로 늘어난다. 전에는 벌금이 35유로였으니 배로 늘었다.

파리시는 지난 달(9월)에 홍보와 실태 조사를 겸해 시범적으로 단속을 했다. 단속원이 지켜보니 몇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면 그 가운데 꼭 담배꽁초를 거리에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이것을 반사회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무례’를 뿌리 뽑겠다고 힘줘 말했다. 

환경을 강조하는 시장답게 오염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담배꽁초에는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 오염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를 분해하는데 4년에서 12년이 걸린다고 했다. 또 파리시는 물청소를 매일 하는데 담배꽁초 하나가 물 5백리터를 오염시킨다고 했다. 담배꽁초 던지기가 무례와 오염의 상징이 된 것이다.

파리시는 5백 명의 단속요원을 투입해 담배꽁초가 집중적으로 버려지는 지역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경범죄 고지서 발급 과정에서 흡연자들은 반발한다. “잘 몰랐다“는 변명에서, “재떨이가 없으니 길에 버렸다”는 항의도 있다. 파리시는 흡연자의 항변을 일축했다.

언론을 통해 충분히 알렸고, 거리 곳곳에 있는 시청 홍보간판에도 벌금 68유로 시행 안내문을 붙였다고 말했다. 파리시는 길거리에 재떨이가 있는 쓰레기통을 3만 개나 추가 설치해, 거리 1백미터 당 한 개꼴로 재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여름에는 꽁초를 담을 휴대용 재떨이 주머니 1만5천개도 무료로 배포했다.

이렇게 하면 ‘파리 거리는 재떨이’라는 비유가 사라질지 궁금하다. 파리가 더럽다는 인상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인 개 배설물도 단속대상이다. 파리시는 23년 전인 1992년부터 개 주인이 개 배설물을 바로 치우지 않으면 단속을 하고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벌금의 영향인지 개 주인의 의식변화 때문인지 모르지만, 프랑스인들은 예전보다 거리에 개 배설물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외국인 눈에는 지금도 파리 거리에 개똥이 넘쳐난다. 개똥이 파리의 명성을 망친다는 말은 많아도, 대대적인 단속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개똥 안 치우는 무례와의 전쟁. 승부가 진작 났어야 하는데 23년이면 전투 기간이 너무 길다. 길바닥 꽁초도 왠지 생명이 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파리시가 초기에 흡연자의 기선을 확실히 제압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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