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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복인생 40년…"지금도 나의 꿈과 행복"

디자이너 이영희 인터뷰

[취재파일] 한복인생 40년…"지금도 나의 꿈과 행복"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는 40살. 전업주부였던 이영희 선생님은 말 그대로 갑자기 한복 만드는 일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쉼 없이 한복 하나에 매달려 달려 왔습니다. 93년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프레타포르테 패션쇼 참가. 그 이듬해인 94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 일명 '바람의 옷'을 선보이면서 한복의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SBS 스튜디오를 찾은 이영희 선생님은 에너지가 넘쳤고, 한복에 대해 얘기 할 때는 마치 소녀처럼 설레여 했습니다. 

지난 24일 나이트라인 초대석 인터뷰내용입니다.

Q : 선생님은 정말 연세를 안 드시는 것 같은데 벌써 40주년이 됐어요. 실감이 나세요? 어떻습니까?

- 저도 40년이 벌써 됐나 너무 이상해요, 감회가. 너무 세월이 빠른 것 같고. 난 한 10년이나 15년 된 것 같은데.

Q : 어느 분야에서나 최고 정상에 서시는 분들은 다 어릴 때부터, 일찍부터 시작하시는데 우리 선생님은 마흔에 시작하셨는데요. 그때 어떻게 한복을 접하게 되셨나요?

- 우연한 기회에 누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복을 많이 입었기 때문에, 어머님이 항상 염색해서 바느질하고 이런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하게 안 들렸었요. '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일주일 만에 결정을 했어요.

Q : 1993년에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에 참가하셨는데 그때 굉장했죠? 어땠습니까?

- 지금 생각하니까 아찔해요. 그때는 우리 여인에게, 한국인에게 아름다우면 세계 어떤 여인이 입어도 아름다울 거라는 자부심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한복을 어떻게 하든지 세계인에게 입혀야겠다, 88올림픽을 기해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그 한을 풀려고 나갔죠.



Q : 그리고 그 다음 해죠, 1994년. 저 뒤에도 나오는데 그때 파리에서 저고리를 없앤 (한복을) '바람의 옷'이라고 그러는데 그때 반응은 어땠나요?

- 쇼를 하고 있는데요, 기자들이 죽 나오는데 눈물을 모두 이렇게 닦아요. 그래서 눈에 무엇이 들어갔나, 나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왜 눈물이 나냐'고 했더니 색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울었다고). 그래서 옷을 보고 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Q : 정말 파격적인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세요?

- 저는 우주도 디자인할 수도 있다고 그랬거든요, 어떤 기자하고 인터뷰하면서. 그게 무슨 소린가 하면 한복의 깊이를 알고 한복을 진짜 사랑한다면 그 한복 위에서 모든 아이디어가 나와요. 첫째, 색상, 또 기능성. 그 예쁜 치맛자락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오고 있어요.

Q : 그동안 많은 컬렉션, 쇼를 해오셨는데 (500회는 넘을 것 같아요.) 아, 그렇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 저는 제 운명을 생각할 때 평생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한복을 접하게 됐다는 운명적인 일과 또 한복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끼리만 입으면 별 그런 게 없잖아요. 그래서 세계무대에서 처음으로 모던하게 세계 사람들이 입도록 제가 선을 보였잖아요, 파리에서. 그런데 밤사이에 대스타가 됐어요.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제가 잊을 수가 없죠.

Q : 정말 반평생을 한복과 함께 해오셨는데 이영희 선생님에게 한복은 어떤 의미인가요?

- 한복은 저의 꿈이면서 저의 행복이면서 정말 바램이에요. '바람, 바램'이죠, 요번 전시회(의 이름이).

Q : 지금 40년 세월을 집대성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죠?

- 지금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이 와요. 학생들, 어린 유치원생까지 왔어요, 오늘. 그걸 볼 때 한복이 이러다가 안 입고 없어지나 이런 고민도 했는데 저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Q : 앞으로 또 하고 싶은 것,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좀 해주시죠.

- 이어령 전 장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영희는 뜨기만 떴다, 날아야 된다, 비행기처럼 날아라 그러는데 우리 한류풍도 지금 떴어요. 그런데 날게끔 우리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류가 지금 떴다고 세계를 장악한 게 아니잖아요. 더 날아야 되거든요. 우리 전통이 세계로 날아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 이번 전시회를 기해서 단 한 벌의 옷이라도 어떤 사람이 감동을 받아서 나와 비슷한 길을 가주기를 그게 제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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