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대선국면에서 심각한 노선 투쟁에 휩싸였다.
공화당의 가치와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급기야 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이 중도에 하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베이너 의장의 하차는 일단 티파티를 중심으로 한 극우 강경파의 '승리'와 '득세'를 의미한다.
당내 극우 강경세력은 그동안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나 이란 핵합의 등 국내외 현안과 관련해 베이너 의장의 무른 대응을 비판하며 끊임없이 쿠데타를 기도해 왔으며, 이번에 낙태 찬성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방법론을 둘러싼 대립 끝에 그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강경파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을 감수하더라도 이 문제를 2016년 회계연도(올해 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과 연계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었으나 베이너 의장은 셧다운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며 맞서 왔다.
베이너 의장은 27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도 강경파들을 "거짓 선지자"(false prophets)로 규정하고 그들의 셧다운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베이너 의장은 "성경에도 거짓 선지자들을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셧다운을 하더라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는 2013년 당시의 그 생각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예산을 볼모로 2014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회기 내에 통과시키지 않아 연방정부가 16일간 문을 닫아 거센 역풍만 맞았던 일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다하는 그런 의회를 원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내가 (신임)투표를 했으면 400표는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를 강요당할 동료 의원들을 생각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당과 동료의원들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현재 베이너 의장의 사퇴에 대한 당내 반응은 그동안의 대립 양상을 반영하듯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토머스 매시(켄터키) 하원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는 공화당의 새 장을 열 때다"며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으나 온건파인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은 "미친 사람들이 당을 장악한 신호"라고 일갈했다.
베이너 의장의 후임으로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앞으로 누가 당을 이끌더라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대선국면에서의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선 경선주자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 복음주의 단체 행사인 '밸류즈 보터즈 서밋'(Values Voters Summit)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전체가 자칫 붕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베이너 의장 사퇴가 가져올 수도 있는 최악의 사태는 공화당의 와해와 대선 승리 실패"라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고 보수 어젠다를 살리며 내년 대선 승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차기 새 하원의장과 우리 모두 관계를 잘 맺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베이너 의장의 사퇴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더욱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 당내 강경파의 득세로 안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아웃사이더들이 대선판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힘이 더 커지는 반면, 부시 전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기성 제도권 인사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베이너 의장은 부시 전 주지사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베이너 "강경파들은 잘못된 선지자"…공화 노선투쟁 격화
공화당 가치·전략놓고 강경·강경파 극한 대립…차기 지도부도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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