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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나라 이미지도 좌우…"독일, 폴크스바겐탓 국가신뢰 추락"

기업이 나라 이미지도 좌우…"독일, 폴크스바겐탓 국가신뢰 추락"
"독일에 '도덕적 제국주의' 냄새가 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에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는 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계속 압박을 가하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반발하며 한 말입니다.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 조작 사건이 터지자 그동안 독일로부터 도덕적 설교를 들어야 했던 유럽 나라들이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만끽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남의 불행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를 말합니다.

뉴욕타임스도 '독일, 도덕의 좌대에서 굴러떨어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리스 국가부채 사태 때 긴축과 국가재정 관리 문제에서부터 최근 난민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웃국가들에 '오, 안돼!'라며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까딱하듯이 도덕적 우위를 자랑해온 독일이 폴크스바겐 사건으로 난처한 지경에 빠진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핵심 화두는 독일의 면구스러운 처지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 폴크스바겐 사건이 거액의 벌금과 리콜 비용, 집단소송과 형사처벌 가능성, 판매위축, 브랜드 손상 등과 같은 폴크스바겐만의 손해에 그치지 않고 '메이드 인 저머니(독일제)' 전반과 나라 전체 이미지를 추락시킬 가능성입니다.

신문은 유럽의 지배국으로 떠오른 독일이 자기희생과 규칙·규범 준수를 실천해왔기에 그런 유럽에서 지도권을 대체로 인정받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일을 상징하는 기업인 폴크스바겐의 속임수는 한 기업의 범죄를 넘어서 독일의 핵심을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신문은 주장했습니다.

독일의 자아인식과 유럽대륙에 대한 도덕적 지도권이 손상을 입게 됐다는 것입니다.

세계 3번째 수출 대국인 독일의 최대 수출품은 자동차이고, 폴크스바겐은 독일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서 전 세계적으론 5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 일자리 7개 중 한 개를 자동차 업계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지분 20%는 니더작센주 주정부가 갖고 있어 주지사와 경제장관은 폴크스바겐의 이사들이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독일 지도자들은 서둘러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고 거리를 둠으로써 이 사건의 파장이 독일 자동차산업 전반에 끼칠 손해를 최소화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신문은 그러나 지난 3월 우울증을 앓던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의 부기장이 여객기를 고의추락시킨 사건과 관련, 항공사 측이 문제의 부기장을 걸러내지 못한 사실 등을 들어 엄정, 규정 등의 이미지를 가진 독일체제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최대 문제는 이 거대한 사업체가 본사의 소수 외에 다른 모든 이들은 그저 지시를 받기만 할 뿐 그 지시에 대한 의심이나 반대는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라고 독일신문 쥐드도이체 짜이퉁은 지적했습니다.

독일 마샬펀드의 다니엘라 쉬바르처는 폴크스바겐이 주는 교훈은 "독일이 거의 모든 일에서 규정 준수를 원하지만, (실제론)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폴크스바겐이 미국의 환경보호국(EPA) 기준을 맞추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조작한 이유가 도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레베카 하름스(녹색당) 유럽의회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폴크스바겐의 이런 행동으로 독일의 국가적 자존심과 위상에 큰 흠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폴크스바겐의 문제가 단기적으론 독일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큰 손해를 입히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와 독일 경제가 그리스 사태와 유로 위기, 중국 충격도 견뎌냈지만, 이번 사건으로 최대의 위험에 직면했을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전했습니다.

전자는 저먼윙스 같은 다른 사건들도 독일경제에 미친 영향이 오래가지 않은 점을 들며 "품질과 독일 기술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걸 사람들은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후자는 "현재로선 측정하기 어렵지만" 폴크스바겐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독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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