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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해본 택배 상·하차…고단한 청춘

<앵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면 5포 세대, 여기에 취업과 꿈마저 포기한 7포 세대가 있는데, 이젠 포기한 게 너무 많아 N포 세대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삶이 고된 청춘에게 명절은 연휴가 아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노동의 시간이 됐습니다.

SBS 연중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23일)은 청춘의 고단한 명절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가장 힘든 아르바이트 어떤 게 있을까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택배 상·하차.]

기자가 직접 이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정기채/택배 회사 직원 : 먼저 이 물량을 다 하차하시고요. (아, 이거요.)]

밤 9시, 14톤 화물 트럭에 가득 실린 택배 상자를 하나씩 내리는 하차 작업이 시작됩니다.

[김민성/23세, 택배경력 1년 : 이 일이 힘들긴 한데 그만큼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는 돈을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요즘처럼 명절을 앞두곤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하차 일도 가장 힘이 들 때이지만, 그만큼 일당도 늘어납니다.

20대들은 그래서 힘든 줄 알면서도 이 명절 시기를 노려 자기 발로 찾아오는데, 많을 땐 전체 인력의 30%에 달하기도 합니다.

[대학생, 학비를 벌러 오는 분들도 있고. 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죠.]

그렇게 30분쯤 흐르자 선선한 가을날에도 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비우고 비워도 끝이 안 보이는 2천 개가 넘는 택배 상자들, 온몸이 땀 범벅이 되고서야 한 시간 반여 만에 겨우 한 대 하차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트럭이 잇따라 들어오고, 새벽 3시, 식용유와 참치 같은 무거운 택배가 가득 찬 화물차까지 들어옵니다.

[(이건 무거운데.) 왔으니 해야죠, 뭐.]

20킬로그램이 넘는 택배, 끝날 때쯤 되자 기자도, 같이 일하던 청년도 녹초가 됐습니다.

[(힘들죠?) 네. 졸려요.]

그러나 하차에 이어서 화물차에 짐을 싣는 상차작업까지 끝내고서야 아침 7시 반쯤 일이 끝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10시간, 상처가 나고 곤죽이 되도록 일하고 받은 일당은 7만 원.

한 푼이 아쉬운 청춘들에게 택배 상하차처럼 명절에만 할 수 있는 이른바 '극한 알바'는 1만 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그래도 젊을 때 고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 청춘들은 이번 추석엔 어른들이 취업이나 결혼에 관한 곤란한 질문 대신 이 말 한마디 해주셨으면 바랍니다.

[수고했어]

[수고했다, 이런 말.]

[수고했다고, 보고 싶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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