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의회가 외국 정치인들의 은밀한 재산 유입을 막으려고 돈세탁방지법 강화 논의를 하고 있지만 최근 스위스 연방검찰의 말레이시아 총리 관련 자산 동결 조치에서 보듯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스위스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는 새 법률을 통해 스위스의 은행이 더는 외국 독재자들이 돈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독재자가 소유한 비자금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스위스 방송인 스위스 엥포는 전했다.
지금까지 스위스에 비자금을 맡겼다가 들통이 난 독재자들은 지난 1986년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을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나이지리아의 아바차, 멕시코의 살리나스, 아이티의 두발리에, 아이보리 코스트의 그바그보, 리비아의 카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 등 무수하게 많다.
스위스 기독교 민주당의 쟈크 네이린크는 "스위스 금융분야는 점차 무엇을 감추고 숨겨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스위스 프랑화 강세, 정치적 제도적 안정만으로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달 초 스위스 연방검찰이 말레이시아 나지브 라자크 총리가 관장하는 말레이시아 펀드의 1MDB 부패사건과 관련해 수천만 스위스 프랑을 동결한 것은 스위스가 여전히 국제적인 부패 스캔들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한 잡지는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정부가 불법 활동으로 조성한 수백만 유로를 스위스의 제네바와 취리히 은행에 맡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스위스 연방검찰이 동결 조치한 자금은 총 50억 스위스 프랑(약 6조여원)이며, `아랍의 봄'이 한창일 당시 스위스에서 동결된 자산은 거의 10억 스위스 프랑(약 1조2천억여원)이었다.
최근에만도 스위스 연방검찰은 브라질 최대 정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대규모 부정부패 스캔들,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와 그의 측근, 우즈베키스탄 독재자 굴노라 카리모바의 딸 등과 관련해 수억 스위스 프랑을 동결했다.
스위스의 비정부기구(NGO)인 `베른 선언'의 올리비에 롱샹은 "불행하게도 의회가 새로운 법률 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스위스에서 확인된 펀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정부패로 축적한 불법적인 돈이 스위스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8년에 제정된 스위스의 돈세탁 방지를 위한 현행 법률은 은행이 취급하는 자금이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의 것인지만을 확인하도록 했다.
은행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 체제는 따라서 여러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UBS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처럼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투자은행이 많은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전 세계 자금의 약 25%인 약 2조3천억 스위스 프랑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금융산업의 투명도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롱샹은 특히 "미국은 불법 자금 거래에 대한 벌금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지만, 스위스 금융감독기관인 FINMA는 벌금을 부과할 권리도 없다"면서 "엄청난 자금을 동결조치하고도 그 돈을 거래한 은행 명단조차 밝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스위스 돈세탁 방지 허점 여전…독재자들 비자금 속속 드러나"
돈세탁방지법 강화 움직임 펀드에만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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