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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쿠바광장 미사·피델 카스트로 회동…내일 방미

미사·기도회서 "신은 교회가 가난하길 바란다…이념 말고 사람 섬겨라"

역사적인 쿠바·미국 방문길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목적지 쿠바 방문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데 이어 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쿠바 수도 중심부인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봉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포함한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에서 교황은 "봉사는 절대 이념적이지 않다"며 타인을 돕는 삶에 대해 역설했다.

교황은 쿠바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가면서도 이념과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신의 뜻에 따라 항상 개인의 바람과 욕망, 권력 추구 의지 등을 한쪽으로 치워두는 대신 가장 취약한 이웃을 돌봐야 한다"면서 "이기주의와 같은 것에 유혹을 당하지 않도록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념이 아닌 사람을 돕는 것이므로 봉사와 헌신은 절대 이념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어 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아바나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스트로 전 의장의 자택을 찾아가 40분 동안 환담했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편하고 다정한 분위기에서 교황이 올해 발표한 환경, 세계경제 문제에 대한 회칙을 포함해 여러 주제의 대화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2012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 때 질문 공세를 쏟아낸 것과 달리 대화에 무게를 뒀다고 보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아들인 알렉스 카스트로가 촬영해 배포한 사진을 보면 카스트로 전 의장은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걸친 상태로 교황을 맞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카스트로 전 의장은 자신들의 신념을 담은 책을 교환하기도 했다.

교황은 최근 작성한 회칙을 포함한 여러 저술, 신학 책 두 권, 아르만도 로렌테 신부의 책과 그의 저술과 관련한 CD를 전달했고, 카스트로 전 의장은 브라질의 대표적 해방신학자 프레이 베투 신부와 자신의 대화를 담은 책인 '피델과 종교'를 답례로 증정했다.

이날 저녁에는 쿠바 아바나 성당에서 수백 명의 사제, 수녀, 신학생을 상대로 한 기도회를 갖고 "신은 교회가 가난해지기를 바란다"며 성직자들이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빈자와 약자를 돕는 데 더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고 CNN 방송과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부(富)는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고, 우리의 가장 훌륭한 것을 빼앗아버린다"며 "교회로서는 나쁜 회계사가 좋다. 왜냐면 그들이 교회를 자유롭고 가난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직자들이 가장 작고, 가장 버림받고, 가장 아픈 사람들에게 예산과 관리를 집중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리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둔 채 즉흥 연설을 통해 "제발 용서에 싫증 내지 말고, 자비를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촉구했다.

평소 소신대로 '돈의 우상화',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 등의 자본주의 실태를 비판한 교황은 쿠바의 청년들을 향해 "스스로를 열고 꿈을 꾸라"면서 "당신이 최선을 다하면 이 세상을 다른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꿈을 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연설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리 배포한 원고를 통해 이혼과 동성애, 혼전동거 등의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교회 내 분열 조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황은 쿠바 방문 사흘째인 21일 동북부 도시 올긴을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며 나흘째인 22일에는 남부 산티아고의 엘코브레 성모 성지를 찾은 뒤 미국으로 떠난다.

22일 오후 4시께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도착하는 교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극진한 영접을 받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영접을 위해 직접 공항에 나가는가 하면 백악관에 레드카펫이 깔리고 예포가 울리는 등 극소수의 세계적 지도자들만이 받는 각별한 의전과 예우가 펼쳐질 것이라고 폭스 뉴스는 전했다.

교황은 다음날인 23일 역대 교황 가운데 세 번째로 백악관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공식 회동한다.

교황이 탄 리무진이 백악관 남쪽 잔디 입구로 들어올 때는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수천 명이 교황을 맞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만난 바 있으며 현재 미국의 쿠바와 이란 정책, 기후변화, 가난 및 소득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 공감대가 크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 양국 관계 정상화에 물밑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쿠바 도착 첫 일성도 '양국 간 화해의 길 지속'이었다.

교황은 같은 날 성 매튜성당 기도,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 등의 행사를 소화하며 24일에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당일 오후 뉴욕으로 이동해 25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교황의 미국 방문에서는 평소 미국과 자본주의에 부정적 인식을 표출해 온 그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논쟁적 메시지를 던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교황은 26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사울 대성당 미사 집전, 27일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을 끝으로 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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