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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배 군기에…듣기 싫은 수업 억지 수강

<앵커>

상당수 대학생들이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수업을 선배들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수강하고 있습니다. 수강 신청자가 없어서 폐강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이렇게 억지로 강의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수도권에 있는 이 대학교 체대에선 새 학기 수강 신청 기간마다 긴장감이 감돕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었다간 선배들에게 혼이 나기 때문입니다.

[후배 학생/제보자 : 듣고 싶은 수업이라고 했는데도 그거 빼고 다른 수업 들으라고 하거나 하죠. 저희도 원래 짜놓은 시간표가 있는데 그걸(특정 수업 신청을) 계속 강요하니까 (힘듭니다).]

자기네 과 수업이 수강 인원이 모자라 폐강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수강신청 인원이 10명이 안 넘으면 폐강된다고. 만약에 과목 하나가 수강인원이 많이 안 차면 (선배 조교들이) 밑에 애들 시켜서 그 수업에 넣는 식으로 (폐강을 막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억지로 듣는 수업 중엔 수준 이하의 강의도 있다는 겁니다.

[(교수님이) 수업에는 잘 안 들어오시고 책에 있는 거를 똑같이 그냥 종이에 베껴서 제출하라는 교수님도 있고. 폐강될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애들이 신청 안 하는 거죠.]

후배들은 엄격한 선후배 문화 때문에 감히 거절을 못 합니다.

[단체로 집합시켜요. 집합해서 처음 하는 말이 이거 다 학장님한테 허락받은 거라고 (얘기해요). 기합은 PT (체조를 시켜요).]

해당 학교를 찾았습니다.

인터뷰에 나선 관계자는 강요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학교 관계자 : (수강신청 관련) 얘기한 적은 있어요, 개인적으로. 하지만 집합을 시킨 적은 없어요.]

다만 꼭 들어야 할 강의를 안내해 준 적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졸업 학점 같은 경우 학생 본인이 못 챙기는 경우도 가끔 발생이 돼요. 그런 거 때문에 조교 선생님들이 '넌 뭐가 빠졌어.'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어요.]

과연 그럴까?

취재진이 입수한 수강신청 강요 현장의 녹취입니다.

선배 조교는 후배 한 명 한 명의 시간표를 훤히 꿰차고 특정 수업을 들을 것을 강요합니다.

[선배 조교 : '세계사' 이런 수업 들었지?]

[후배 : 네.]

[선배 조교 : 그거 빼. 체대 수업 넣어. 7~8교시. 알았어?]

[후배 : 네.]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됩니다.

[선배 조교 : 야! 형이 얘기할 때 핸드폰 만지지 마. 학교 안 다녔어? 고등학교?]

[후배 : 시간표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학생이 꼭 듣고 싶은 과목이 있다고 버티자 으름장을 놓습니다.

[후배 : 화요일 4~5교시는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요.]

[선배 조교 : 그래서 하기 싫다고? 다? 그렇지? 다 하기 싫은거지? 야. 너네가 안 듣잖아. 폐강돼. 네가 책임질거야, 네가? 나중에 잘못되는 것에 대해서는 네가 책임 져.]

취재 결과, 이렇게 수강 신청을 강요하는 일은 이 학교뿐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대학교 학생 : 기껏해서 등록금 내서 학교 가서 내가 듣고 싶은 수업 듣겠다는데, 그런 거를 강요를 하니까 굉장히 침해당하는 느낌이 들죠.]

해당 학교 측은 뒤늦게 진상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신동환, 영상편집 : 김지웅,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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