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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샤오미(小米)폰이 '쌀'로, '노트북'이 '공책'으로 둔갑…대륙식 택배?

[월드리포트] 샤오미(小米)폰이  '쌀'로, '노트북'이 '공책'으로 둔갑…대륙식 택배?
요즘 중국인들의 일상에서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키워드는 온라인쇼핑과 택배입니다. 타오바오(淘寶), 징둥상청(京東商城), 등 유수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면 대개 다음날이면 택배로 바로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젊은 직장인들이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는 일입니다. 치약, 샴푸 등 작은 물건에서부터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상품까지 모든 상품이 온라인 매장에 전시돼 있고 또 각종 할인행사는 어찌나 많은 지 당장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같은 중국의 전자상거래혁명은 유선전화에서 바로 스마트폰으로, TV에서 비디오를 건너 뛰고 바로 DVD시대로 접어 든 중국 IT산업의 압축 성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세계 최대의 유통망, 즉 택배 배송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산간 벽지 마을까지도 특별한 일 없으면 24시간 배송이 가능한 택배서비스는 중국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진정으로 도시와 농촌이 시차없이, 거리없이 바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중원에 위치한 허난성(河南省)의 성도인 정저우시에 사는 딸이 시골 고향 마을에 사는 엄마에게 큰 맘 먹고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딸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요즘 중국시장을 휩쓸고 있는 700위안, 우리 돈 13만 원 짜리 샤오미 휴대폰을 구입하고 결제했습니다. '샤오미'라는 브랜드 명은 중국어로 적으면 '小米', 우리 말로는 '좁쌀'을 뜻합니다.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이 창업 멤버들과 좁쌀을 먹어가며 고생하며 제품을 준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작명한 겁니다.) 물론 배송은 무료였습니다. 꼼꼼히 주소와 수신자인 엄마의 이름도 확인했습니다. 엄마에게는 깜짝 선물로 하고 싶어 달리 연락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예상대로 고향집의 엄마는 택배배달원이 가져온 상자 하나를 건네 받았습니다. 보낸 사람 이름엔 딸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제대로라면 이 상자 안에는 '샤오미'폰이 들어 있어야 맞을 겁니다. 그런데 배송품 목록엔 '小米' 대신 '大米'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大米'란 우리가 흔히 아는 '쌀'을 뜻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실제로 택배 상자 안에 든 물건도 창고에 몇 년은 보관돼 있었음직한 묵은 쌀 한 움큼이었습니다. 최신 휴대폰이 '정부미'로 둔갑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몰라하던 엄마는 일단 택배를 수령한 뒤 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얘, 집에 쌀 많은데 뜬금없이 웬 묵은 쌀을 보냈니?" 그제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챈 딸은 그 길로 택배회사를 추적해 항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문제의 택배회사는 배송과정에서 직원이 상품명을 '小米'에서 '大米'로 잘못 기재한 것 같다며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보상금으로 제시한 돈은 50위안(약 9천2백 원)으로 원래 상품 가격의 14분의 1밖에 안됐습니다. 택배회사의 불성실한 처분에 화가 난 딸은 자신이 당한 황당한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삽시간에 온라인에 퍼져 택배회사에 대한 비난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택배회사는 딸에게 연락을 취해 전액을 보상해 줄 테니 인터넷 고발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댓글 가운데는 유사한 피해사례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고가의 노트북, 중국어로는 '筆記本(필기본)'을 배송시켰더니 황당하게도 빈 노트 몇 권과 잡지를 넣어 보내줬다는 기막힌 사연도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전자제품 같은 경우 진품을 짝퉁 제품으로 바꿔치기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습니다. 택배 받는 사람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채고 항의를 하면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보상이나 재발송을 해주지만 얼렁뚱땅 그냥 수령하면 뒤도 안돌아 보고 사라져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물정에 어두운 농촌이나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이런 사기의 주된 피해 대상이었습니다.
올해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15조 위안, 약 3천 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자상거래와 신속한 택배에 길들여진 중국인들 가운데는 손목을 잘라야만 온라인 쇼핑을 멈출 수 있다는 이른바 ‘手(둬서우)'족들이 부지지숩니다. 전자상거래의 폭풍 성장과 함께 택배업종도 어디까지 성장할 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울 정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뒷통수 치는 재미에 빠져 '노트북'을 '공책'으로 '샤오미폰'을 '정부미'로 둔갑시키는 얄팍한 장난을 일삼다간 엄청난 후폭풍을 담당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는 굼뜨고 느린 것 같지만 한 번 맘 떠나면 결코 다시 붙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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