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교 신도시 쇼핑몰 분수대에서 익사한 3살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부모가 쇼핑몰에 실종 신고한 지 2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겁니다.
안타까운 이 사고를 두고 몇몇 매체들은 ‘코드 아담’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코드 아담(Code adam)’ 이 낯선 단어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기에 아이 생명과 직결되는 걸까요?
놀이공원·쇼핑몰과 같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미아발생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안내방송과 경보를 발령하고 출입구를 봉쇄한 뒤 집중 수색하도록 하는 게 ‘코드 아담’제입니다.
코드 아담은 아동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아담이란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 이름이 붙여진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1981년 7월 27일, 헐리우드의 시어스 백화점을 방문한 한 가족. 근처 비디오 게임방에서 놀겠다고 자리를 떠난 아들 아담 월시는 그 후 실종됐습니다.
한낮에 보안 요원까지 있는 백화점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아담. 백화점을 샅샅이 뒤졌지만, 안타깝게도 2주 뒤에 아담은 숨진 채 발견됩니다 그것도, 백화점에서 190km나 떨어진 운하에서 훼손된 채로….
범인은 다른 살인 사건으로 2년 뒤에 잡혔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보관하지 못한 경찰의 실수로 오랫동안 진실을 밝힐 수 없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백화점과 경찰의 안이한 수사 태도를 지켜보며 아버지 존 월시는 한 가지를 결심하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은 허망하게 보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는 직접 TV범죄자 수배 프로그램인 '아메리카스 모스트 원티드'를 만들어 진행을 맡았고, 사회운동가로서 미아 찾기와 범죄자 체포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또 국회의원들에게 실종된 어린이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법을 제정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미국은 일명 '코드 아담'을 법제화 했고, 모든 연방정부 건물들은 의무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 2014년 7월에, 일명 한국형 코드 아담인 '실종예방지침'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2000명에 가까운 실종자들이 안전하게 가족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코드아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광교 쇼핑몰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던 식당과 아이가 발견된 사고 현장까지 거리는 고작 50m였습니다. 하지만, 쇼핑몰은 '코드 아담'제도에 맞게 실종 신고 접수 직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고, 수색도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심지어 경찰도, 이 쇼핑몰이 코드아담 대상 시설물인지 몰랐습니다. 경찰청은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지난 6월
전국의 코드 아담 대상 시설물 점검을 실시했지만, 이 쇼핑몰은 목록에서 누락돼 있었습니다.
아담과 같은 아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만들어진 '코드 아담'. 실종 사건과 사고를 100%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단 한 건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