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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계에서 가장 긴 시소로 전하는 아빠의 사랑

중국 산둥 퉁저우에 사는 생후 9개월 된 아기가 활짝 웃으며 시소를 탑니다. 함께 시소를 즐기는 사람은 아기의 아빠 류하이빈입니다. 그런데 아빠 류 씨가 현재 머물며 일하는 곳은 무려 1천180킬로미터 남쪽에 있는 푸젠성 샤먼입니다. 그러니 류 씨 부자가 타고 있는 시소는 한반도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에서 최남단 제주도 마라도까지의 길이보다 더 긴 세계 최장 시소인 셈입니다.

류 씨는 직장 일 때문에 갓 태어난 아기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누려야 할 시기를 그냥 보내버리는 듯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혹 아빠의 얼굴을 잊어버려 다시 만나도 낯설어하거나 서먹해하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1천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는 아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자신의 어릴 때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항상 나와 시소를 타고 놀아줬습니다.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내 마음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탈 수 있는 시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류 씨는 설계 능력과 공학 지식, IT 기술을 총동원했습니다. 먼저 퉁저우와 샤면 두 곳에 각각 마련한 시소의 반대편에 대형 HD TV를 장착했습니다. TV를 통해 류 씨는 아기를, 아들은 아빠를 마치 실제 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소에는 자동 평형 장치를 부착했습니다. 내려갔던 시소가 자연스럽게 다시 올라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형장치는 원거리 센서를 통해 상대편 시소와 연결돼 반대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했습니다. 자동적으로 아빠가 내려가면 아기가 올라가고, 아기가 내려가면 아빠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천180 킬로미터의 공간을 이어주는 첨단 시소가 탄생했습니다. 아빠와 아기는 3천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손을 흔들고, 눈도 맞추고, 함께 웃으며 시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류 씨는 기대합니다. "아들이 나중에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류 씨의 아들은 사실 대단한 행운아입니다. 중국에서 류 씨 아들처럼 부모가 외지로 일하러 나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동은 무려 6천1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남한 인구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가운데 9백21만 명의 아동은 부모를 1년에 채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런 어린이들을 유수 아동, 즉 고향에 잔류하는 아동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조부모나 친척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부모와 함께 있는 것만 못하겠죠. 그러다보니 매년 5만 명의 유수 아동이 각종 사고로 숨집니다. 하지만 류 씨의 아들은 대단한 기술력과 이를 현실화할 만한 재력을 가진데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디어를 낼 만큼 끔찍이 자신을 사랑하는 아빠를 둬 매일 3천리 밖 아빠와 함께 시소를 탈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복을 받은 것인지 느껴지시죠.

중국 유수 아동의 가슴 아픈 처지는 다음 기회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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