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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양파 품귀'는 천재지변(?)

한우 냉동 갈비 선물세트에서 배워야

[취재파일] '양파 품귀'는 천재지변(?)
 양파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의 생필품 물가를 수집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달 양파 가격은 그 전 달(7월)보다 5.4%나 상승했습니다. 농식품부 자료를 봐도 그렇습니다. 양파 1kg에 731원(5월)->996원(6월)->1,279원(7월)->1,425원(8월)으로 껑충껑충 뛰고 있습니다.

뛰는 양파 가격 때문에 여기저기서 ‘악’ 소리 나고 있습니다. 주부들, 양파 한 망 사려고 해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양파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 음식점, 반찬으로 내주는 양파의 경우 달라는 손님에 한해 내주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은 안 던질 수 없습니다. 왜 양파만 이럴까요.
● 농식품부 "이상기온 때문에…"

농식품부 복수의 관계자들은 그 이유가 이렇다고 합니다. 햇양파는 보통 4~5월에 수확해 1년 동안 국내에서 소비되는데, 지난해 풍작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양파 가격은 폭락했고요. 말 그대로 ‘똥값’ 된 양파를 누가 선뜻 재배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양파 재배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더욱이 이상고온까지 겹치면서 양파 수확량이 떨어지다 보니 가격이 올라갔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양파 사재기’까지 가세한 겁니다. 이러니 양파 가격이 떨어질 리 있겠느냐는 겁니다.

● "선제적 대응을 모색해야"

네. 얼핏 들으면 구석구석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대책은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한시적으로 수입 물량을 늘려 지금 시장에 풀고 있다고 합니다. ‘양파 사재기’ 부분은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하고요.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라고 하는데 좀 답답합니다. 왜 선제적 대응 대신 ‘뒷북’ 대응을 하는 걸까요. 이쯤에서 서울대 김완배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양파 같은 농산물의 가격이 안정되려면 저장시설(저온창고)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농업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공적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이 저장시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산물이 풍작이어서 값이 떨어질 것 같으면 저장시설에 일정 기간 보관해두는 겁니다. 반대로 흉작일 경우 그간 보관해온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푸는 방법을 택하면 되고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산지에 있는 저장시설 대부분은 민간 유통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국에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고요. 우리가 WTO 가입국인 만큼 정부가 농산물을 전량 수매해 가격 안정에 직접 나서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대신에 그 역할을 민간 유통업자들이 일정 부분 맡아주고 있고 있어 막무가내로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사재기를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양파 가격이 올라가면 양파를 힘들게 재배한 농민들에게 상당 부분 그 이익이 돌아가야지 유통업자들의 몫으로 그냥 놔두면 안 될 일이지요. 물량 조절로 가격 장난을 칠 여지를 없애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한우 냉동갈비 수요 예측에서 배워야"

아이러니하게도 농식품부는 이번 양파 가격 조절 실패를 민간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마트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양파 가격처럼 한우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마트의 월별 통계를 보면 지난 4월부터는 수입 쇠고기가 한우보다 더 많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추석 때는 양상이 좀 다릅니다. 지난해 추석 때 쇠고기 선물 세트 매출액 137억 원 중 124억 원이 ‘한우’였습니다. 명절 제수용품만큼은, 또 선물만큼은 ‘우리 쇠고기’여야 한다는 강한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이 대형마트에 따르면 자체 시장 조사를 한 결과 올해 쇠고기 가격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습니다. 지난 설 명절 때 판매한 쇠고기 가격을 추석 때까지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요. 그래서 우선 전체 한우 선물 세트 중에 40% 정도를 차지하는 한우 갈비 세트를 ‘가격 안정화’ 대상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6개월 동안 한우 지육 경매가 열릴 때마다 직접 뛰어들어 싸게 한우 갈비를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선물용으로 포장해 냉동 창고에 보관해왔고요. 그 결과 지난해 추석 때 준비한 5만 세트보다 60% 증가한 8만 세트를 이번 추석 때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9종의 냉동 한우 갈비 세트 중에 7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추석 때와 같습니다.

이 대형마트의 준비성도 결국에는 ‘이윤 추구’와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당연하겠지요, 기업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한우 갈비는 되는데 양파는 안 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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