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합법화한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죄로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난 미국 켄터키 주 로완 카운티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를 저명한 흑인 민권 운동가와 비교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데이비스를 로자 파크스(1913∼2005년)나 마틴 루서 킹(1929∼1968년) 목사와 비교하려는 시도에 인권 단체에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미국 민권 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파크스는 1955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백인 승객에게 좌석을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요구를 거부해 버스 보이콧 운동을 촉발했다.
그가 일으킨 흑인 인권운동으로 버스에서 흑백좌석 분리제는 폐지됐다.
'내겐 꿈이 있다'는 유명한 연설로 이름을 날린 킹 목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합법 결정에도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눈에 데이비스는 마치 핍박받는 이들의 영웅과도 같은 파크스나 킹 목사로 보이는 모양이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기독교 칼럼니스트인 브라이언 피셔는 보수적인 미국가족협회의 온라인 기고문에서 "데이비스는 우리의 로자 파크스"라고 썼다.
그는 "시민 불복종으로 벌을 받은 파크스와 달리 데이비스는 뻔뻔하고 과감한 시민 복종 탓에 구치소에 갇혔지만, 파크스처럼 감옥에서 고난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파크스가 흑백 좌석 분리라는 당시 법을 따르지 않아 투옥된 것과 달리 데이비스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개신교 신자의 소신을 실천하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지만, 고충을 겪은 것은 같다는 뜻이다.
데이비스의 변호인인 매슈 스테이버는 그를 흑인의 부당 대우에 항거하다가 1963년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투옥된 킹 목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스테이버 변호사는 킹 목사의 '버밍햄 감옥에서의 편지'를 인용해 데이비스가 법원 서기를 사직하지도, 신념을 꺾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킹 목사는 이 글에서 정의에 기초한 합법과 불법을 거론하며 불법에는 불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기독교 신자를 대변하는 스테이버 변호사는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불법으로 보고 데이비스처럼 불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데이비스 지지자들이 파크스나 킹 목사의 인생 전반을 보지 않고 특정 행동 또는 특정 자구만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데이비스를 두 인권 운동가와 같은 반열에 올리려는 시도에 인권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권 단체인 '꿈의 재건'의 공동 창설자인 밴 존스는 "파크스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결혼 동등권 운동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성경을 이유로 400년간 흑백분리를 당연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잊는다"고 꼬집었다.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조지 월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가 흑백 차별을 하는 이유로 종교를 든 것처럼 일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은 각각의 인종이 분리돼 살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성경을 풀이한다는 것이다.
존스는 그러면서 데이비스를 민권운동가로 보는 시각을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깎아내렸다.
'변화하는 유색인종'의 사무국장인 라샤드 로빈슨도 이런 움직임을 세력을 잃은 공화당원들의 정치적인 전략으로 봤다.
그는 "공화당원들이 동성 부부를 인정하지 않고자 역사를 악용해 지지를 얻으려 한다"며 "공화당이 다양한 저변을 확보하려고 킹 목사와 파크스를 헐뜯는다면 매우 슬픈 일"이라고 평했다.
(연합뉴스)
미국 동성결혼 증명서 거부한 법원 서기가 민권운동가?
미 인권단체, 로자 파크스·킹 목사와 비교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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