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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어르신들의 반성문




어제(9월 10일) 서울메트로 사무실에 편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편지 속에는 현금 10만 원과 반성문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들들과 손주들에게 떳떳한 할머니가 되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편지의 주인공은 정남숙 할머니.

할머니는 무엇을 사과하고 싶었던 걸까요?

"수년 전 재미로 남편과 함께 지하철 매표소에서 경로 우대권을 받았습니다. 당시 60세를 갓 넘긴 나이였지만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남편의 외모 덕분에 역무원의 의심을 피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후로도 3년 동안 가끔 부정무임승차를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할머니가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손주들 때문이었습니다.

손주들에게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며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다가 자신의 거짓말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던 겁니다.

지난달 25일에 또 다른 어르신이 잘못을 고백했습니다.

경북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어떤 할아버지가 손으로 쓴 반성문과 현금 50만 원이 도착한 겁니다.

반성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할아버지는 고향 영양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청송군 진보면 여관에서 하룻밤 머물렀던 할아버지. 하지만, 여관비 낼 돈이 없어 새벽녘에 몰래 도망쳐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날짜를 정확히 기억했습니다.

1945년 9월 14일이었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는 그때 일이 너무나 후회된다며 편지를 보낸 겁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여관도, 그 주인도 없어 돈을 갚을 수 없으니, 돈은 진보면 사무소의 여관 업무에 사용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편지를 쓴 할아버지는 근현대사 학계에서 유명한 원로 역사학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해 전 저지른 어찌 보면 사소한 잘못까지도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두 어르신의 용기.

훨씬 더 심각하고 큰 피해를 남긴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침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정직하게 살아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줍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정순천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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