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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CC는 내 운명…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전태풍

"'바람'이 아닌 '태풍'을 보여줄게요"

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국의 혼혈 선수 애킨스는 2009년에 열린 첫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CC에 지명됐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귀화 작업에 나서 한국인 전태풍으로 거듭났고, 이름 그대로 KBL에 태풍을 몰고 왔습니다. NCAA 명문 조지아공대에서 주전 가드로 활약한 선수답게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KCC의 공격을 이끌며 팀을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2차례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2010-2011시즌에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팀당 전력 평준화를 위해 귀화 혼혈 선수는 같은 구단에서 3년 넘게 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전태풍은 2011-2012시즌을 마친 뒤 오리온스로 이적해야 했고 이후 오리온스와 KT를 거친 3시즌 동안은 KCC에서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득점을 비롯한 모든 개인 기록은 떨어졌고 팀은 한 차례도 챔피언전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014-2015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자 전태풍은 친정팀 KCC로 돌아왔습니다.

개막에 앞서 용인 KCC 훈련장에서 만난 전태풍 선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습니다. 하루 3차례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도 동료와 장난도 치고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KCC에 있는 동안 한국인이 됐고,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린 뒤, 이제 KCC를 '제2의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전태풍 선수와 일문일답을 소개합니다.

Q) 전태풍 선수에게 KCC는 어떤 팀인가요?

제가 200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문화도 다르고 한국말도 잘 못해서 너무 긴장하고 예민했어요. 그런데 KCC가 저를 너무 잘 대해줘 적응할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미국 LA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최형길 단장님, 허재 감독님, 하승진, 강병현 등 동료들이 제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다 미국으로 온 거에요. 그때 저나 제 아내 모두 KCC를 진짜 가족이라고 느꼈어요. 이적한 뒤 일산이나 수원에서 생활도 나름대로 만족하기는 했지만, KCC 훈련장이 있는 용인 마북동이 정말 그리웠어요. 여기는 고향 같은 느낌이 있어요. KCC에서 뛰고 있을 때는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이적을 한 다음에 그걸 알게 됐어요.

Q) KCC를 떠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KCC에서 3년이 지나서 강제로 이적하게 됐을 때는 화가 났어요. 혼혈 선수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해 2년 정도 화가 났는데 지금 생각하니 만약에 제가 KCC를 떠나지 않았으면 KCC가 저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지를 몰랐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적한 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아요.

Q) 이적 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른 팀으로 갔을 때는 소통을 잘못한 것 같아요. 제 플레이스타일은 직접 득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동료에게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패스를 해주는 거에요. 제가 그렇게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데, 그걸 알려주지 못한 것 같아요. 동료와 얘기도 많이 해야 했는데 그걸 못했기 때문에 제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크게 비춰 졌고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Q) KCC로 복귀를 결심한 이유는?

다른 팀에 있을 때 KCC가 계속 하위권에 머물러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FA가 됐을 때 KCC와 다른 한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 마음 속에서 무조건 KCC로 가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연봉을 10억, 20억을 받더라도 지난 3년처럼 똑같이 재미없게 농구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3년 동안 농구에 대한 불(열정이) 조금씩 계속 줄었어요. 근데 갑자기 KCC 와서 다시 확 불이 생겼어요. 무릎이 나갈 때까지, 은퇴할 때까지 계속 여기서 농구를 하고 싶고, 만약에 KCC가 원한다면 은퇴 후에도 코치로 남아서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KCC가 KBL에서 매년 1등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KCC는 가족이기 때문에 복귀를 결심했어요.

Q) KCC로 복귀하는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지난 몇 년간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돌아오자마자 정선규 코치가 "태풍아 너 자신감이 없어 보여. 왜 그래?"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계속 서로 대화를 나눴고 지금은 연습할 때 제가 좀 오버해도 코치님이 뭐라고 안 하세요. 저를 이해하고 그저 "태풍아 감을 찾아" 이렇게만 말씀하세요. 그리고 예전에는 혼자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깨가 더 무거워요. KCC는 정말 가족이기 때문에 팀 내 분위기가 안 좋으면 진짜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

Q) ‘미디어 데이’에서 추승균 감독이 예전과 달리 무서워졌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추 감독님은 저한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태풍아, 너는 책임감을 느끼고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씀 해주세요. 그래서 더 존경심도 생기고, 열심히 하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은 감독님이 아무거나 시켜도 제가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을 위해서라도 고참들이 감독님에게 더 잘하면 밑에 애들도 똑같이 따라갈 거 에요. 옛날에는 이런 생각이 없었어요. 진짜로..그리고 원래 추승균 감독님은 화가 나면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러면 '감독님이 왜 그러시지? 아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보다 좀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의 제 이야기는 마치 영화 같아요. 왜냐면 처음 들어왔을 때 폭풍처럼 확 뜨면서 팬들도 '태풍'이라는 이름을 크게 불러주곤 했는데, KCC를 떠나서 영화처럼 완전히 다운됐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제가 이름 바꿀 생각 까지 있었어요. 왜냐면 요즘 제 실력이 태풍이 아니라 그냥 바람 정도여서 '전바람' 이 정도로 바꿀 생각이 있었는데 근데 다시 KCC로 와서 이제 영화로 따지면 다운된 상태에서 다시 올라가면서 멋지게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이야기가 나올 거 에요. 다시 태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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