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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감독이 배우의 연기력을 높일 수 있나요?

[취재파일] 영화감독이 배우의 연기력을 높일 수 있나요?
  최근 배우 유아인 씨(이하 호칭 생략)의 연기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아인이 출연한 영화 '배테랑'은 9일 현재 1206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9위에 올랐습니다. 지금도 스크린 60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주 먼저 개봉했던 암살의 관객 1255만명도 조만간 넘어설 기세입니다.

  베테랑의 흥행 요인 가운데 하나가 재벌 3세 조태호 역을 맡은 유아인의 연기였죠. 8시 뉴스에서 리포트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 ▶ 주연 못지 않게 공들이는 '악역'…흥행 좌우한다
] 유아인은 다음주 16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서도 사도세자 역할을 맡아 열연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론 베테랑 때보다 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조 역을 맡은 송강호 씨의 연기도 '변호인'이나 '관상'을 뛰어넘어 최근 5년 사이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이야기를 했으니 최근 5년 사이 청룡영화제, 백상예술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고 연기상을 받은 배우들을 살펴볼까요?

<지난 5년간 남녀 연기상>
 **2015년 5월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최민식(명량), 여자 최우수연기상 염정아(카트)

  모두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력을 갈고 닦았을까요? 특히 저는 영화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력을 끌어 올려주는지 궁금했습니다. 같은 배우가 어떤 감독 작품에선 더 연기를 잘 하는 것 같고, 어떤 감독 작품에선 좀 못 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감독 분들을 만날 때마다 여쭤봤습니다.

  사도의 이준익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편하게 반말체로 씁니다.) "감독이 배우의 연기력을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어려워. 배우가 촬영 현장에 시나리오를 읽어오지? 나름 자신의 배역에 대해 연구도 해와. 그런데, 감독이 생각하는 배역의 캐릭터와 달라. 그럼 '이 장면에서 이 배역은 이런 감정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설명을 하지. 그럼 A라는 연기를 준비했던 배우는 갑자기 내가 원한 B라는 연기로 바꾸기 위해 '시간을 좀 달라'고 하지. 이런 식으로 몇 장면의 연기에 대해 조언할 수는 있어. 그런데, 수십 개의 장면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어. 결국 그 배우가 가진 연기 내공 이상을 감독이 뽑아내기는 정말 쉽지 않아."
  또 다른 감독님은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캐스팅 1순위로 잡는 이유가 있어요. 연기가 그냥 그런 배우가 갑자기 어떤 작품에서 연기를 잘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결국 배우는 스스로 크는 거죠. 자기가 공부하고 연기하고...또, 시나리오에 배우를 맞추느냐? 배우에 시나리오를 맞추느냐는 문제도 있어요. 보통 캐스팅이 정해지면 출연 배우의 말투나 연기 스타일에 맞춰 시나리오를 미세하게 수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배우는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할 수 있죠. '주먹이 운다', '명량', '군도' 등의 각본을 쓴 전철홍 작가가 최민식 씨를 시나리오에 정말 잘 녹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라고 하셨죠.
  영화제작자 A대표 님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제작자로서 역시 흥행을 생각해야 하니 젊은 TV스타나 아이돌들을 캐스팅하고 싶어요. 그래서, 감독과 같이 방송국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직접 보기도 합니다. 그 배우의 진짜 연기력이나 태도 등을 볼 수 있죠. 요즘 TV드라마들이 너무 쪽대본으로 나와서 배우들이 힘들어 해요. 내일 오전 촬영인데, 전날 새벽에 A4 5-10장 대사가 도착해요. 그럼, 대사를 외우기에 급급하죠. 연기를 신경 쓸 수가 없어요. 배우들이 드라마보다 영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젊은 배우들이 가장 바쁘고 힘든 상태에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볼 수 있어요. 보면 스타급 가운데서도 '안 되겠다' 싶은 배우들이 있죠."
  한 배우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작은 영화 주연할 때 2000-3000만원을 받았는데, 요즘은 몇 배 더 받아요. 그런데, 연기가 몇 배 늘었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연기는 작은 영화 때도 열심히 했어요. 감독이나 영화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아요. 저는 작품이고...외국 뉴스 보면 유명 작가의 그림이 동네 골동품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기도 하죠? 허접한 곳에 제대로 된 조명도 없이 전시되면 헐값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 작품이 유명 미술관에서 멋진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면 더 멋져 보이죠. 배우들이 유명 감독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죠. 물론 실력있는 배우는 훌륭한 작품처럼 결국은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요. 어떻게 연기력이 좋아지느냐?는 배우마다 달라서 얘기는 못 하겠네요."
  배우들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경우는 배역의 심리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라고 합니다.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죠. 그럼 좋은 연기도 나오기 어렵습니다. 결국 좋은 시나리오가 좋은 연기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해당 배우의 자체적인 연기력에 감독의 미세한 조언이 더해져 훌륭한 연기를 만드는 듯합니다.

 앞으로 개봉될 한국 영화들...[사도(송강호, 유아인] [서부전선(설경구, 여진구)] [탐정(권상우, 성동일] [더폰(손현주)][검은사제들(김윤석, 강동원)][성난변호사(이선균)][특종(조정석)][히말라야(황정민)][동주(강하늘)][남과 여(전도연, 공유)][대호(최민식)][도리화가(류승룡)][내부자들(이병헌, 조승우)][행복이 가득한 집(손예진, 김주혁)] 배우 분들의 멋진 연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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