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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 죽으면 어쩌라고" 장애인 부모의 걱정

[취재파일] "나 죽으면 어쩌라고" 장애인 부모의 걱정
지난 8월 30일, 거동이 불편한 40대 장애인 아들을 목졸라 죽인 70대 노모가 붙잡혔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1급 장애인이 되자, 어머니는 25년 동안 아들 수발을 들어 왔다. 그런데, 사건 며칠 전 아들을 보살피다 실수로 아들의 팔에 맞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어머니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다.

맞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은 어쩌나... 천덕꾸러기가 될 거다..." 자식이어도 힘든 수발인데, 누가 아들을 돌봐주겠냐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결국 노모는 욕창 생기지 말라고 아들의 몸을 묶어 둔 태권도 띠를 풀어 아들을 목졸라 살해하고 말았다.

지난 4월에는 지적장애 1급인 40대 아들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70대 노부도 붙잡혔다.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관절염, 디스크 등 지병이 심해졌고, 그런만큼 아들이 더 걱정됐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다른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인 뒤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장애인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남의 눈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이지만,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기에 평생 옆에서 돌봐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간 다음에는 어쩌나" 장애인 부모들의 걱정은 이것 뿐이다. 하나같이 하는 말이 "극단적인 선택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형제자매가 있다 하더라도 각자가 먹고 살기 바쁘고, 시설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자유도 없이 통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자식이 불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 지느냐 그것는 더더욱 아니어서, 장애인 부모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본인의 노후 걱정이 아니라 자식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장애인 부모들은 우선 활동보조 지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활동보조란 중증 장애인(장애등급 1~3등급)의 활동을 도울 수 있도록 보조인을 붙여주는 제도이다. 현재 6만 명 정도가 지원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지원 시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해 주는 시간은 최대 13시간, 나머지 시간은 장애인 혼자 있어야 한다.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혼자 사는 밤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화재나 사고라도 발생하면, 신고 전화 한 통 조차 걸지 못하고 꼼짝 없이 희생될 가능성도 크다.

전남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에 추가적으로 보조인을 지원해 '24시간'을 채워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7월 감사원에서는 '복지 예산의 이중 지출'이라며 제재하고 나섰다. 

부모가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거동을 완전히 할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부모가 본업도 포기한 채 자녀를 돌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돈이 좀 있는 집'이라면 따로 보조인을 고용할 수가 있겠지만, '없는 집'에서는 자녀를 직접 돌보느라 경제 활동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보조인도 전액 지원이 아니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에 따라 자기 부담금이 발생한다. 최대 22만 원까지 내야만 한다. 장애인 본인이 소득이 전혀 없어도, 부양의무자가 소득이 있다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 가정 가운데 벌이가 많지 않은 집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포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 지원 제도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가진 것도 문제이다. 장애 연금의 경우 장애 등급 1~3등급까지만 신청을 할 수 있고, 그것도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을 하고 있다. 장애인도, 부모도 일을 하지 못해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만약 작은 집이나 차라도 있다면 연금 지원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거동이 힘든 장애인 가족에게는 차량이 필수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수급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장애인들은 아예 생계마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위 가난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기준을 웃돌면 지원이 없어지다 보니, 부양의무자들은 아예 장애인 가족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장애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오롯이 부양가족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장애인 가족의 해체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장애인 가족들은 활동 보조 시간을 늘리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보듯이, 공무원들은 장애인의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 행정만 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며 답답해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 문제를 단순히 가족의 문제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간혹 장애인 자녀와 함께 외출을 하면, "집에나 박혀 있지 왜 나왔냐"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장애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봐주고, 그들의 자립을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많은 장애인 부모들의 바람은 딱 한 가지이다. "내 새끼보다 딱 하루만 더 살게 해 주세요..." 더 이상 장애인 가족의 비극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장애인 정책의 관점 자체가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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