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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늘색까지 관리하는 나라 중국

한중 언론 교류 참관기②

[취재파일] 하늘색까지 관리하는 나라 중국
▲ 베이징어언대학(北京語言大學) 교정 안에서 바라본 베이징 하늘

한국 기자단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北京首都國際空港)에 발을 딛은 건 8월 24일입니다. 중국 전승절을 꼭 열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일행을 처음 맞이한 것은 악명 높은 베이징의 스모그가 아니라,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교통 체증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익히 들어오던, 머릿 속에 그려오던 베이징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여유로운 어느 휴양지 같았습니다.
 
일행을 마중나온 신화통신사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베이징 하늘이 맑아졌냐고. 그는 전승절을 앞두고 차량 2부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차량 2부제에 공장까지 중단…'열병식 블루'

현지 기사를 검색해보니, 베이징시는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나흘 전인 20일부터 차량 2부제에 전격 돌입했습니다. 시내 건축·공사 현장에도 사실상 공사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나아가, 중국 정부는 8월 28일부터 전승절 열병식 다음날인 9월 4일까지 베이징시의 오염물 방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줄이도록 했습니다. 톈진(天津)시, 허베이(河北)성, 산시(山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등 '베이징 하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북방 6개 지역도 30% 이상 오염물 방출을 감축하도록 했습니다. 이들 7개 지역의 제조업체 등 12,255개 회사의 운행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 차량 2부제가 시행 중인 베이징시의 한복판

이를 놓고 '열병식 블루'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대기오염 수치를 크게 낮춰 'APEC 블루'라는 말을 낳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하늘색까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나중에 기사를 다시 찾아보니 열병식 다음날인 9월 4일 베이징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하루만 일찍 왔더라도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열병식이 큰 차질을 빚을 뻔 했습니다. 자연스레 '강우 시점도 중국 정부가 조절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중국 현지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베이징 하늘'이 화두였습니다. "아무리 파란 하늘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은 없나?"라고 한국 기자가 물었습니다. 중국 기자는 시민들이 호응한다고 했습니다.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현 세대가 다음 세대에 환경 문제에 따른 불행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중국인들, 北 정상적인 국가로 보지 않아"

방중 기간 달라진 한중 관계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기자가 외교부 등을 출입하면서 받은 느낌은 '중국은 한국보다는 혈맹인 북한과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랬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요구가 번번이 중국에 가로막혔던 것입니다.
▲ 일본의 만주 침략 과정을 전시한 중국 9.18 역사박물관의 한 전시물.
김일성이 이끄는 유격대가 일본군 토벌대 300여 명을 격퇴했다고 돼 있다.
중국과 북한은 흔히 혈맹(血盟)관계로 표현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결정 때문이었을까요, 한국에 대해선 호의적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선 냉랭한 기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직접 오지 않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였습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여느 나라 외교관 답게 외교적 수사(修辭)를 사용했습니다. "형님과 형수가 싸움할 때 한쪽 편만 들면 싸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한국과 북한을 대등하게 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더 밀접하고 돈독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두 나라의 우호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외교부 청사 내부

중국 기자들은 이보다 솔직했습니다. 한 신문사의 젊은 정치부 기자는 "북한은 미스터리 국가다. 영화 '꽃파는 처녀'에 머물러 있다. 김정은은 국외파인데도 아버지 김정일보다 개방적이지 않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와 비교하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인들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고까지 했습니다.

다른 방송사의 한 간부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유일하게 '미국의 진영'에서 열병식 참석을 결정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한중 관계가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 두 나라가 서로를 높여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외교라는 것이 어느 한 나라와의 관계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 없는 만큼, 한미 관계 등 다른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현 정부의 한중 외교 노력 만큼은 '쉽지 않은 결단'의 산물로 보여집니다.  

▶ 한중 언론 교류 참관기 ① [취재파일] 광복 70년, '영웅' 도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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