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간판엔 화장품을 판다고 써 있는데 실제론 이렇게 옷이나 신발 같은 걸 싸게 파는 매장 종종 보셨을 겁니다. 비어있는 가게에 짧은 기간 월세를 미리 내고 반짝 장사를 한 뒤 사라지는 이런 매장을 깔세 매장이라고 하는데요, 불황이 깊어지자 이런 깔세 매장이 재래시장과 골목상권까지 파고 들고 있습니다.
조기호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부근.
간판에 적힌 것과 다른 제품을 파는 매장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이른바 깔세 매장입니다.
이들은 빈 가게에 보증금 없이 몇 달 치 월세를 미리 내고 장사를 합니다.
세를 깔고 장사한다는 의미로 깔세라고 부르는 겁니다.
[깔세 매장 주인 : (사장님은 얼마 내고 들어오셨어요?) (한 달에) 800만 원이요.]
최근 들어 이런 매장을 골목 상권이나 재래시장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보증금이나 인테리어 같은 초기 부담이 적은 깔세 영업을 선택하는 겁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깔세 매장 주변 상인 : 몇백만 원씩 월세를 주고 있는 사람이 저렇게 잠깐 돈 천만 원에 몇 달 장사하고 빠지는 사람한테 손님 다 뺏겨 버리면 결과적으로 여기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거죠.]
상권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존 상권 상인 : 옛날에 웬만한 브랜드는 다 있었어요. 나이키, 아디다스. 그런데 너무 싸게 파는 인식때문에 아이들만 오니까 상권이 죽는 거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많이 파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불만입니다.
[진병호/전국시장상인 연합회장 : 시장 주변에 야채나 화장품이나 속옷 같은게 굉장히 성행하고 있는데, 시장 내에서 같은 업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타격을 입고 있거든요.]
깔세가 불법은 아니라며 깔세 상인들도 할 말은 많습니다.
[깔세 상인 : 내가 정당하게 내 가게 놓고 내 물건 내가 판다는데 기존 상인들이 뭐라고 할 필요가 없잖아요.]
재래시장까지 파고드는 깔세 매장과,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존 상인들의 시름 모두가 깊어가는 불황의 한 단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