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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씻은 '까막눈' 설움…뭉클한 시화전

<앵커>

어려웠던 시절, 살기 힘들어서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이 아직도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만학으로 뒤늦게 글을 깨우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화전을 열었습니다.

그 기쁘고 뜻깊은 행사에 화강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꿈 보따리'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던 최영금 씨는 금세 목이 멥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쳐 문맹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숱한 설움과 억울함을 남몰래 삼켜야 했습니다.

1년 전부터 지역 글쓰기 교실을 다니면서 마침내 최 씨는 배움의 한을 풀 수 있었습니다.

[최영금/부천시 춘의 종합사회복지관 : 내 꿈이 다 이뤄졌어요. 보따리처럼 꽁꽁 묶어놨던 거 다 풀었으니까.]

83살 이경례 할머니에게도 배우지 못한 아쉬움은 평생의 한이었습니다.

[이경례/군산시 늘푸른학교 : 부모님이 안 보내줬어. 그러니까 그것이 한이야.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늦깎이 학교를 다니면서 이젠 먼저 간 남편에게 편지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서방님이라 부르기도 부끄럽던 새색시 시절 세상을 떠난 당신께.]

오늘(5일) 시화전에는 전국 35개 성인 문해 교육기관에서 선발된 150개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양봉관/서귀포 오석학교 교사 :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밑에서 그런 기반을 만드신 분들인데 뭔가 자기가 알고 있는 조그마한 거라도 이렇게 되돌려 드리는 것이….]

교육부는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읽기, 쓰기가 어려운 비율이 6.4%, 26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조창현, 영상편집 : 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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