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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시각장애 사진가의 '사진 찍는 방법'

[영상토크] 시각장애 사진가의 '사진 찍는 방법'

윤성미 사진작가 이야기

하륭 기자 ryung@sbs.co.kr

작성 2015.09.03 16:30 수정 2015.09.03 21: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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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잠시만요. 곧 올라가요!”

 취재 조사를 위해서 퇴근 후 윤성미 사진작가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영상뉴스의 배경이 될 집의 분위기와 어느 정도 협조가 가능한지 직접 논의해보고자 2층 현관문 앞에 섰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외출을 다녀온 윤성미 작가는 막 집에 도착한 상태였습니다.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현관을 경쾌하게 울려 내려다보니 윤성미 씨의 어머니께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뒤따라 올라올 테니 먼저 들어가자는 어머니 말씀에 저는 우왕좌왕 현관 신발장 앞까지 가서 어색하게 작가분을 기다렸습니다. 거친 숨소리를 몰아내며 난간을 잡는 소리가 현관을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윤성미 씨는 다리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지체 장애와 시각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팔로 몸을 지탱해서 2층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윤성미 작가의 걸음 소리를 알아챈 강아지는 신나게 짖으며 그녀를 응원합니다. 뭔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혼자 할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느린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꺼진 현관 조명을 뒤로 한 채로 윤씨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머니와 작가분에게 영상뉴스 제작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서 사진 작품을 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진작가의 방 여기저기에 작품 사진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벽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다 보니 굳이 작품을 걸지 않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윤성미 작가는 따로 프린트된 사진은 없다면서 시각장애인용 컴퓨터를 사용하여 작품 파일을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컴퓨터에서는 끊임없이 해설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에 맞춰서 단축키를 사용합니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놀림이 보통 빠르기가 아니었습니다. 익숙하게 보여주는 사진폴더에는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날짜에 맞춰서 정리한 사진 파일들로 가득했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만큼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사진도 있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사진들 속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작가는 촬영을 하고, 그 촬영물을 다른 사람이 봐주고 손에 그려준다고 합니다. 그녀는 촉감으로 느끼는 사진의 모습을 다시 머릿속에 그립니다. 구도가 의도와 맞지 않으면 다시 촬영을 시도합니다. 일반인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순간 고민하며 각도를 바꾸는 시간이 윤성미 작가에게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 것입니다. 촬영 방식은 큰어머니가 함께 다니며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나 대상을 묘사하면 작가가 본인 의도에 맞도록 셔터를 누릅니다.

 그녀는 ‘본다’는 것에 대한 감각을 깨우치지도 전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늘 캄캄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평생 빛조차 느끼지 못하는 어둠에 속에서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무슨 사진을 촬영하느냐고 의심을 품습니다. 윤성미 작가는 본인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대상을 선택합니다. 때로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고, 때로는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코로 대상의 향을 맡으며 찍은 꽃들, 손으로 만지며 대상의 움직임을 느끼며 찍은 새들, 신혼부부의 즐거운 속삭임을 귀로 들으며 셔터를 누릅니다. 눈으로만 대상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후각, 청각, 촉감을 모두 활용합니다. 이 감각들을 보여주는 사진을 영상뉴스의 첫 부분에 배치하였습니다. 짧게 지나가지면 멈춤을 누르고 한 번 자세히 느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타인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작업물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을 보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윤성미 작가의 사진을 정작 본인은 보지 못한다는 점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녀는 전혀 억울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잖아요. 감상한 사람들이 저에게 그 느낌을 얘기해주는 게 너무 좋아요. 저는 보지 못하니깐 그 얘기들을 통해서 새롭게 느낄 수 있어요.”
“사진을 보지는 못하지만 누군가 도와주면 그 사진의 내용을 알 수 있잖아요. 제 손바닥에 그려주면서요. 저한테도 기록이에요. 제가 찍은 몇 년 전 사진을 보고 싶을 때 그렇게 해요. 그리고 먼 훗날에 제가 앞을 볼 수 있는 수술을 받게 되면 제가 찍었던 사진들을 꼭 보고 싶어요.”
 
 어머니는 처음에 딸의 도전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두 다리가 불편한데 카메라까지 든 손까지 다칠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윤 작가는 한때 어머니와도 대화하지 않고 방 안에서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그녀를 바꿔놓았습니다. 누군가를 촬영한다는 것은 그 상대를 이해해야 하고 더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고 변화했습니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대화하려 했습니다. 딸의 도전을 반대했던 어머니는 활동적으로 변한 딸의 모습에 감동받았고,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영상뉴스에서는 그녀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 어머니를 촬영했습니다. 영상뉴스에서 짧게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누군가가 평생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윤성미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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