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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을 소나기에 낙심?…"비 한 방울도 소중해요"

[취재파일] 가을 소나기에 낙심?…"비 한 방울도 소중해요"
지난 주만 해도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올해는 가을이 일찍 시작되는 구나 하며 이른 계절을 반겼는데, 지난 주말 이후 날씨가 달라졌습니다. 여름이 쉽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있는데요, 한낮에는 기온이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다 곳곳에 소나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귀로는 귀뚜라미 소리를 확인하고 눈으로는 구름 한 점 없이 펼쳐진 눈부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피부로는 한결 시원해진 바람을 만끽해야 아 가을이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데 뭐 하나 제대로 된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잦은 소나기는 더더욱 가을의 느낌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내내 비나 소나기가 잦겠는데요, 오늘은 물론 수요일인 내일과 목요일인 모레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겠고,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는 전국적인 비소식도 있습니다.

소나기가 내릴 때면 곳곳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돌풍이 불겠고, 비도 조용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의 비처럼 요란하게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주된 이유는 쉽게 물러갈 것 같았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해안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바람에 우리나라 주변의 공기가 무척 불안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의 힘겨루기가 거의 매일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두 공기 모두 포기할 내색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날씨의 변화가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초의 잦은 소나기는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9월 초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 날씨가 주도권을 잡은 사례는 비일비재하거든요. 최근 지구촌 날씨가 극과 극을 달리면서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것과도 상관이 있습니다.
 
비나 소나기가 잦다는 소식은 극심한 가뭄해갈에는 청신호입니다. 여름철은 한 해 강수량의 60% 이상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여름철로 접어들 때만 해도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뜻밖이었거든요, 강수량 통계를 보면 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7월은 그렇다고 치고 8월에 많은 비를 기대했는데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올 6월부터 8월까지 주요 도시에 내린 비의 양을 살펴볼까요?
 
  서울 춘천 강릉 대전 전주 광주 부산 제주
여름 강수량 397.9 327.2 463.2 317.0 295.6 459.8 378.4 764.7
평년비(%) 45 40 70 36 40 58 49 112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제주도로 764.7mm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태풍 ‘고니’가 많은 비를 뿌린 강릉이 463.2mm로 다음을 차지했고 광주가 459.8mm로 다음을 잇고 있습니다. 서울은 397.9mm의 비가 내렸는데, 이 정도 강수량은 평년의 7월이나 8월 한 달 강수량 밖에 안 되는 적은 양입니다.
 
실제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의 평년값과 비교했더니 올해 서울의 여름 강수량은 평년의 45%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평년 여름 강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전주와 대전의 강수량이 가장 적어 각각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40%와 36%에 머물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야 할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으니 이제 기댈 것은 가을밖에 없는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9월 초순에 비나 소니기가 자주 내린다고 해도 강수량 부족분을 채우기에는 턱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의 경우 올해 내린 비는 550.9mm로 평년의 38%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평년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하려면 900mm의 비가 더 와야 합니다. 대형 태풍이면 혹 모를까 이정도 수준의 비가 쏟아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형 태풍이 와서 폭우를 쏟는다 한들 큰 피해로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이러지고 저러지도 못할 입장입니다.
 
9월 초에 맞는 궂은 날씨, 썩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단 한 방울의 물이라도 잘 가두어야 할 상황이니만큼 너무 실망을 안했으면 합니다. 다만 앞서 전해드렸듯이 갑자기 강한 소나기가 쏟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비는 잘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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