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대구 여대생 사건…아버지에겐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17년째 추적 중입니다.
1998년 10월 대구의 구마고속도로에서 故 정은희 양이 트럭에 치여 숨졌습니다. 숨질 당시 은희 양은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럴 리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성폭행당한 뒤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현조 / 故 정은희 양 아버지]
"경찰들이 '채소 장사하는 주제에 네가 뭐 안다고… 부검감정서 볼 줄도 모르면서 우리가 교통사고라 하면 교통사고인 줄 알지' 라고…"
사고 현장 근처에서 아버지는 경찰이 찾지 못한 은희 양의 속옷을 찾아냈습니다. 속옷에선 남성의 DNA가 검출됐습니다.
그러나 누구의 DNA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15년 뒤인 2013년,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DNA의 주인을 찾은 겁니다. 사건 발생 당시 대구의 한 공단에서 일하던 스리랑카인 K의 DNA와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강간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끝난 상태였습니다.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은 강간과 함께 금품을 빼앗은 혐의인 특수강도강간이었습니다. 공소시효가 15년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고 정은희 양의 현금과 소지품이 사라진 정황을 포착해 DNA가 일치한 스리랑카인 K 씨를 특수강도강간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을 앞두고 또 한 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스리랑카인이 증인으로 나선 것입니다.
[가명 '홍길동' / 스리랑카 인 증인]
(나한테 보여 준 지갑에) 사진 하나 있었어요. 아가씨 사진 하나, 학생 사진 하나 있었어. 지갑 안에, 나한테 보여줬어요. (원래 사진이) 코팅되어 있다고 했어요. 그 코팅(을 자신들이) 뺐다고 했어요.
그러나 2심 결과 역시 무죄였습니다. 재판부는 스리랑카인 증인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심 판결문]
'15년 전의 일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이나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는데도 故 정은희 양을 성폭행한 범인은 단죄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종결됩니다. 특수강간의 공소시효 15년마저 이미 지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김상중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 우리는 그것을 정의라고 배워왔고 믿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실현돼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정의로운가요?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 공소시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