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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교 밖 청소년 37만 명… 절반은 소재도 몰라

[취재파일] 학교 밖 청소년 37만 명… 절반은 소재도 몰라
학교 밖 청소년은, 학령기 청소년 가운데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말한다. 흔히들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하면, 학교를 그만 둔 '비행 청소년'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학을 가거나 대안학교에 가는 경우도 있고, 꿈을 위해 학교를 나온 경우도 있다. 아파서 더 이상 학교를 못 다니는 경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못가는 경우도 있다.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청소년도 있고, 물론 비행 청소년도 포함된다.

이렇게 학교를 나온 청소년은 37만 명으로 추정된다. 어떤 형태로든 보호를 받고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무려 20만 명. 모두 추정치이다. 정부 조차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 얼마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인지 짐작이 된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개인 정보' 때문이다. 현행 법상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들은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를 해야 한다.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자퇴숙려제라는 게 있어서, 2주의 기간 동안 자신이 진짜 자퇴를 원하는지 상담을 받는 기간 동안, 상담교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도 하는 편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퇴를 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아예 학교를 출석하지 않다가 자퇴를 하거나 퇴학이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동의 자체를 받을 수 없다. 

소재를 알 수 없는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사회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을 수밖에 없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이런 학교 밖 청소년을 찾기 위해('학교 밖 청소년 발굴'이라고 한다)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정책을 내놓고 예산을 지원하고, 주로 현장에서는 지자체와 경찰이 움직인다. 우선 검찰과 경찰은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들을 수사할 때 이들이 '학교 밖'인지 파악하게 된다.

최근에는 검찰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연계해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연루되어 검찰 송치된 청소년들에게 60시간의 교육을 제공한다. 이 교육을 이수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주는 것이다. 한 기에 3~4명씩 지금까지 3기째 운영되고 있는데, 직업 체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청소년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활동은 '아웃리치(outreach)' 거리 계도 활동이다. 거리의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시간, 그들이 많이 활동하는 장소에서 '발굴'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집과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은 거리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10대를 찾아 거처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쉼터를, 학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지원센터 등을 연결해준다. 그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10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담을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의 청소년의 경우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경우가 많아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행히 발견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른에 대한 불신 때문에 다시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최전방에서 접하는 몇몇 지자체 단체와 경찰이 '발굴 활동(outreach)'의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거리 활동과 더불어 온라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관악경찰서는 학교 전담 경찰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청소년 경찰'이 되기로 하였다. 아이들 곁에 다가가기 위해 페이스북과 전담 카카오톡을 다운로드 받았다. 업무용 휴대전화에는 학교밖청소년 연락처가 150여개나 저장되어 있다. 안부와 일상적인 대화부터 상담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이 경찰서 관내에 학교밖청소년이 300여 명 정도 있는 걸로 보이는데, 거의 절반은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연계해서 수요일 저녁 7시부터 새벽까지는 신림사거리에 '런닝폴'이라는 상담소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기다렸다가 상담을 받아야할 정도로 많이들 찾고 있었다. 심지어 부모들도 찾아와 경찰의 상담을 받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찾아온 아이들의 연락처를 '딸 수 있다'. 최소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학교를 다니지 않아 학생증이 없는 10대에게 '청소년증'이라는 걸 만들어준다. 제일 힘을 쓰고 있는 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연결도 해주고, 응원(?)과 격려도 해준다. 합격률도 높아서 항상 응시자의 70~80%가 붙는다고 한다. 이런 활동으로 지난 한 달 반 동안 숨어있던 학교밖청소년 30명 정도를 찾았다고 한다.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도 올 3월부터 채팅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학교나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PC방에 몰려 있어서 거리 활동을 나가도 찾기 쉬웠는데,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니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채팅 앱 5개 정도를 다운받아 수시로 모니터링을 한다. 10대들은 주로 오전 10시~2시 사이에 활동을 많이 한단다. 주로 잘 곳을 구한다는 내용이 올라온다. "잘 곳 구해요~" 라는 글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구해진다고 한다. 사실 엄청 위험한 행동이다.

그래서 쉼터 직원들이 그런 글이 올라오면 누군가 채가기(?) 전에 바로바로 접촉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거부감을 갖고 채팅창을 닫고 나가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세번 네번 대화를 시도하면 그때서야 대답을 해준다고 한다. 한 달 평균 '학교 밖 청소년' 10명 정도를 찾는다고 하니, 꽤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6월, 사이버 활동에 필요한 예산 1억 5천만 원을 지자체에 신청했는데 딱 잘렸다고 한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게 이유이다. 모니터 전담 요원을 두려고 했지만 예산이 나오지 않아, 기존 직원들이 업무를 나눠가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에 사이버 활동에 대해 물어보니, "정부가 사이트를 만들고 10대들에게 들어오라고 하면 아무도 안들어온다"는 말만 한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채팅 앱을 이용하면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그런 게 있냐"고 되묻는다. 

정부는 지난 27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여가부, 교육부, 경찰청, 고용노동부가 함께 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학교 밖 청소년 대책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최전선에 있는 경찰에서는 9월부터 발굴 전담체계를 구성하기로 했다.

교육부에서는 학교를 나오는 청소년의 정보를 수집해 지원센터에 주는 비율이 높은 교육청에 높은 평가를 주기로 했다. 부처 간 정보를 나누고 함께 노력하겠다는 건,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청소년을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상에 앉아있는 어른들의 생각 말고, 아이들의 마음도 반영한 정책도 반영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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