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좌석을 찾아 계단을 오르던 한 여성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어두운 객석 중간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였지만 높은 계단 끝 부분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입니다. 계단은 한 눈에 봐도 각 단마다 높이가 달라 보였습니다. 여성은 민망해서인지 웃음을 터트렸지만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있는 것을 보니 꽤나 아팠던 것 같습니다.
좁은 통로도 문제였습니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정한 매뉴얼에는 양쪽에 객석이 있을 경우 세로 통로 너비를 80cm 이상, 한쪽에 객석이 있으면 60cm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대상 15곳 중 단 두 곳만이 이 기준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좁은 통로라면 평소에도 두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기에 무리가 있는 수준인데 긴급하게 공연장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엉키면서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무리하게 좌석수를 늘리다 보니 계단 맨 위쪽 마지막 줄의 좌석 천장 높이가 겨우 초등학생 키 수준인 1.3미터에 불과한 곳도 있었습니다.이밖에도 소화기가 다른 물건에 가려져 있거나 안전핀이 빠져 있어 바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15곳 중 9곳에 달했고 10곳은 비상구 유도등이 천이나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으며 5곳은 비상구 앞에 무대 소품을 쌓아 놓거나 그 앞에 관객석을 설치해 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입니다.
소규모 공연장을 찾았다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은 지난해 확인된 것만 20명입니다. 최근 5년간 공식 통계를 합치면 80명에 이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중년 여성은 2년 전 소극장을 찾았다가 높낮이가 다른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에 3cm 넘는 열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흉터가 남아 속상한 마음에 그 뒤로 좀처럼 소극장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규모가 작은 공연장이라고 하더라도 건축법, 소방법 등에 따라 일정한 안전 대피 시설과 건축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하지만 소극장의 운영 주체는 대부분 영세한 경우가 많다 보니 원칙과 현실이 다른 곳이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 문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관객들이 안전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부터 지켜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