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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생명선이던 석유, '경제적 저주'로 변해"

"산유국 생명선이던 석유, '경제적 저주'로 변해"
많은 산유국들에게 생명을 유지해주는 혈액과도 같았던 석유가 가격 폭락으로 급속히 '경제적 저주'로 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이라크,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의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배럴당 103달러 선이던 국제 유가는 24일 42달러 안팎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21일보다 약 6%가 떨어질 정도로 하락세가 가파릅니다.

1년새 유가가 절반 이하 수준이 되자 대부분 산유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정치 분열에 따른 위협에 직면한 이라크는 정부가 안정적 전기공급에 실패하고 오일머니로 이루겠다고 약속한 일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지면서 유가하락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도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소비자들의 수입품 가격부담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원유 수출에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는 정치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불안정 우려가 깊어지는 실정입니다.

작년과 비교해 원유 수익이 반토막난 중남미 에콰도르는 매주 수만 명의 시위대가 정부의 경제정책에 분노하며 길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조차도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사우디는 집권 왕족들이 정통성 유지를 위해 오일머니를 헤프게 써왔으며 사우디 정부는 재정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매월 외환보유고에서 100억 달러씩 꺼내 써오다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을 포함해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걸프 지역의 다른 산유국들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적자에 직면해있습니다.

유가 하락세가 수개월간 지속됐음에도 전망은 항상 유가가 결국 안정될 것이며 저유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둬왔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 경제의 취약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불과 수개월 전보다 30%가 하락한 유가가 가장 비관적인 전망보다 더 오래 약세가 지속되고 산유국의 피해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르네 오티즈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 사무총장은 "유가 폭락이 산유국들에게 안겨준 고통은 매우 크다"며 "산유국들은 저유가가 매우 일시적일 것이라는 꿈을 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요 석유수출국들이 지난 1년간 유가 하락으로 입은 전체 손실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HS 부회장이자 석유전문가인 대니얼 여진은 "중국 경제의 취약성 여파가 세계에 미치고 있다"며 "호황을 누렸던 많은 산유국들이 중국 경제성장에 더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NYT는 유가하락이 시리아 내전과 여타 분쟁지역에도 간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오일머니로 이룬 부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러시아나 이란, 사우디가 시리아에서 더이상 예전같은 영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1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특사와 국제에너지업무 조정관을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국제유가 표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 이하에서 머물면 전세계 산유국의 안정에 빨간등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가장 큰 산유국은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은 나이지리아, 앙골라, 알제리, 베네수엘라, 이라크가 될 것이며 정치적 정통성 유지를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브라질, 러시아, 이란도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메간 오설리번 에너지지정학 연구소장은 유가하락 지속이 몰고올 충격파와 관련해 당장 우려되는 나라로 이라크를 꼽았습니다.

오설리번 소장은 "IS와 맞서 싸우는데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데다 여러 세력들이 이라크 정부를 계속 지지하도록 정치적 거래를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사우디가 유가하락 지속 기간과 강도에 대해 오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된다면서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사우디 왕가와 일반 시민간의 값비싼 사회적 계약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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