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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말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나요?

[취재파일] 정말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나요?
OECD에서 2015년 건강통계(Health Data 2015)를 내놓았다. 34개 회원국으로부터 건강 통계를 받아 서로 비교를 할 수 있게 만든 자료이다. 지난 해 작성한 통계로 2013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이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3년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1.8년이다. 그런데, 남녀의 기대수명이 차이가 난다. 남자는 78.5년, 여자는 85.1년으로, 6.6년이나 차이가 난다. 실제로 OECD 회원국 전체의 기대수명도 남자는 77.8년, 여자는 83.1년으로 여자가 확실히 더 길다.

전체 회원국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의 남녀 기대수명의 격차는 큰 편이다. 우리보다 큰 나라는 에스토니아(8.9년), 폴란드(8.2년), 슬로바키아(7.2년), 헝가리(6.9년) 4개 나라가 있고, 우리와 프랑스가 6.6년으로 함께 5위에 올랐다.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16위로 딱 중위권을 기록했는데, 여성의 경우는 5위로 상위권에 들었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예상 가능하게도 일본이다. 무려 86.6년.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우리보다 높은 나라로 꼽혔다. 

사실 남녀 기대수명의 격차는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1985년 8.4년으로 가장 큰 차이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점점 떨어지고 있다. 2013년 6.6년이 최저치이다. 
하지만, 이런 통계가 발표된 뒤 왜 남자의 수명은 여자의 수명보다 짧은지, 그 이유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OECD 회원국 34개 가운데 단 한 곳에서도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긴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흡연'이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서도 흡연율이 높을수록 기대수명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36.2%로 그리스(43.7%), 터키(37.3%)에 이어 에스토니아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흡연 남성의 비율이 높은 터키의 기대수명은 73.7년으로 28위, 에스토니아는 72.8년으로 31위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그나마 최대 흡연국의 오명을 쓴 그리스 남성의 기대수명은 78.7년으로 16위에 오른걸 보면, 그리스식 식단이 좋다고 할 수 있는건가. 반면, 여성의 흡연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4.3%로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았다. 

기대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는 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이렇다하게 딱 부러지는 이유가 나온 것은 없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흡연, 음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흡연, 음주 비율이 높고, 건강관리도 잘 못하기 때문에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도 '흡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5~10년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또, 흡연자의 경우 암의 발병률도 높기에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암 사망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난 2012년 인구 10만 명당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남성 288.4명, 여성 117.7명이다. 한 눈에도 큰 차이가 보인다. 실제로 암 발병률은 남성 112만3천여 명, 여성 111만7천여 명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남성의 사망률이 높은 건, 여성은 갑상선암, 유방암 등 생존율이 높은 암의 발병이 많은데, 남성은 폐암, 간암 등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암에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성의 자살률도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난 2012년 인구 10만 명 당 남자의 경우 39.8명, 여자의 경우 17.명이라니, 2배도 넘는 숫자이다. 우울증이 자살과 연관성이 높다고 봤을 때,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여성이 전체의 57%, 절반 이상인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통계이다.

질병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만, 사회경제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아직 남성이 '가장'으로서의 압박감을 많이 느끼고, 사회적으로 받는 책임이나 의무감도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성은 여러 요건 상 우울증 치료 자체를 받지 않아, 마음의 병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해외 대학의 연구에서는, 원래 여성이 더 오래살게 태어났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짚어 내기도 하였다. 지난 2013년 일본 도쿄대학이 20살부터 90살까지 남녀 350명의 혈액에 있는 면역세포 수를 비교했더니, 나이가 들면서 세포수가 줄어드는 속도가 남성이 훨씬 빠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반대로 몸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자연살해세포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많아졌다고 한다. 결국 남성은 여성보다 나이가 들수록 세균에 더 약해지고 몸 속 노폐물을 없애는 기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남성의 수명이 더 짧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라는 책까지 냈던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레가토 교수는 유전학적인 요인을 들고 있다. 남자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Y염색체가 생물학적으로 X염색체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고 , 변이(變異) 가능성도 3~6배 정도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XX인 여자보다 XY인 남자가 감염이나 선천적인 장애가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수명은 유전, 생활습관, 스트레스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일 것이다. 유전적인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흡연이나 음주는 스스로 조절 가능한 것이기에, 인간이 스스로 수명을 콘트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흔까지 장수를 했던 위스턴 처칠은 알아주는 골초였다고 한다. 그에게 장수의 비결을 물으니, "담배"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흡연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 행복한 일을 하면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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