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담임교사가 학년말이면 1년 동안 가르친 학생들에 대해서 학생기록부에 종합평가를 적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합평가 내용에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교사의 개인적인 감정, 개인감정이 담겨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고3 담임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에 대해서 악플에 가까운 종합평가를 기록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부모가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관련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SBS 보도국 김광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광현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김광현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학생부에 도대체 뭐라고 적혀 있길래 문제가 된 걸까요?
▶ 김광현 SBS 기자: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남학생의 사례를 취재했는데요. 이 학생의 학생기록부에 고3 담임이었던 교사가 종합평가를 단 3줄로 써놓고 있습니다. 짧으니까 한 번 다 읽어 보겠습니다. “학업에만 열심히 함. 다른 학생에 대한 관심과 봉사는 전혀 기대할 수 없음. 의사소통에 문제가 큼.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한 의미 파악에 노력하지 않음. 본인의 장래희망에 대해 굳은 의지가 없고 부모의 말에 좌우되는 의지박약의 모습을 보임.” 고3 담임교사가 1년 동안 자신이 가르친 학생에 대해서 종합평가라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한 내용입니다.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평가를 처음 봤을 때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학생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드러낸 악플 수준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문제가 많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1년 동안 평가인데 내용이 짧다는 생각도 드네요?
▶ 김광현 SBS 기자:
종합평가라고 하면 사실 글의 길이가 반 페이지 이상 더 자세하게 쓴 경우는 한 페이지가 되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 평가를 단 세 줄이 전부입니다.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조차 학업에만 열심히 한다고만 적고 있데요. 마치 학업을 열심인 것이 잘못된 것 마냥 들릴 정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고3 학생이 올해 졸업할 때 담임교사가 적은 종합평가라는 건데 뒤늦게 문제가 된 거네요?
▶ 김광현 SBS 기자:
대학입시 수시 모집에 지원할 때는 고3 담임의 2학기 평가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학생과 부모는 학생부에 이렇게 적혀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해당 학생이 입학한 대학에 다니다가 재수를 선택하게 됐고 학생부를 떼어 보다가 깜짝 놀란 거죠. 해당 학생은 반을 1등으로 졸업했을 뿐만 아니라 1,2학년 담임교사로부터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었는데요. 2학년 담임의 평가를 한 번 보겠습니다. 내용이 너무 길기 때문에 간단히 줄여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분은 길게 썼던 모양이네요.
▶ 김광현 SBS 기자:
네. “수업 태도가 좋으며 성적도 우수해 모든 교과 선생님으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급우들의 귀감이 됨. 온순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수행평가나 중간평가가 있는 날이면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직접 챙길 정도다” 이렇게 각 학급 담임별로 한 페이지에 가까운 글인데 각종 수상 기록과 함께 이처럼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내용뿐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이게 같은 학생에 대한 평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1,2학년 때는 잘 하다가 3학년 때 이렇게 확 바뀔 수 있을까요?
▶ 김광현 SBS 기자:
분명히 그런 부분은 의심할 만한 부분이긴 한데요. 저도 취재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SBS 취재파일에서 이 내용을 기사화하고 난 다음에 교사 몇 분이 제게 메일을 보내 오셨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이느냐 하면 담임으로서 학생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기술하는 것보다 이처럼 부정적인 내용을 공식 평가에 적어 넣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처럼 적나라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때에는 실제로 선생님이 학생에 대해서 관찰한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한다는 것인데요. 그리고 아마도 해당 학생이 담임교사를 무시했든지 무례한 언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반에서 가장 모범적인 학생 1명에게 주는 모범상을 1,2,3학년 내내 받았고요. 각 과목 교사의 평가에서도 문제가 전혀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해당 학생의 친구들하고도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요. 성격이 아주 조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설마 교사가 이렇게 악의적으로 없는 사실을 썼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주변 취재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이 학부모에 대해서는 담임교사가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학생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내렸다 하는 주장이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여기서 일단 해당 학생 어머니와 직접 통화를 해서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나와 계시지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네
▷ 한수진/사회자:
이른 아침에 고맙습니다. 일단 담임교사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무슨 갈등이 있어서 그랬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여러 번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답변이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담임선생님하고 두 차례 학부모 면담을 했는데 칭찬 일색이었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고요. 담임선생님이 작년 12월에 상을 당하셨어요. 제가 조문을 다녀왔고 그 후에 정시 면담을 했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재수하면서 아시다시피 학생부를 보고 충격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 이전에도 갈등을 겪을 만한 일이 없었나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수시 때 부장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지원을 권유한 대학이 있었고 아이가 담임선생님한테 추천서를 부탁했더니 화를 내면서 네가 뭘 한 게 있냐, 시간 없어 못 써주겠다고 거절한 사실이 있고. 부장 선생님 주도 하에 다른 선생님이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문제로 담임선생님하고 부장선생님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고 부장 선생님하고 이걸 진행한 데 데에서 담임의 권위가 무시당했다고 그렇게 여긴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담임교사가 그 일로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네. 다른 건 무슨 이유가 있는지 제가 수차례 학교에 물었습니다. 그러나 답변이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는 전혀 다른 일 없었다는 말씀이시고요? 유일하게 걸리는 일이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런 내용을 수정하려고 하셨을 텐데 특히 이 평가 내용 말이죠. 학교 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수정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상평가는 소송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담임선생님은 기록 이외에 대해서 본인에게 묻거나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학교를 통해서 답변을 하겠으니까 학교를 통해서 이야기하라면서 대화를 거부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담임선생님은 학교를 통해서 이야기해라, 하는 입장이고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학교 측에서는 수정이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평가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하던가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그 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인 인정은 안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네
▷ 한수진/사회자:
교사의 재량권이다, 이런 식인가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네. 교사의 정상 평가고, 교사의 재량권이다. 이건 소송으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교사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수정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녀분도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은데 부모로서도 심정이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그럼요. 지금 애가 재수하고 있는데 학생부 전형에는 지원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록 이유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밝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건 내 자식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 학생들 협조로 학생부 몇 부를 제공받았는데 교육부 기재 내용하고 심각하게 맞지 않았습니다. 반 전체 학생부 검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학 당락을 평가하는 학생부 평가가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선생님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전화 연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악플 학생부 기록 학생 어머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광현 기자, 청취자 여러분이 이런 부분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담임교사 한 명의 부정적인 평가가 과연 입시에서 불리하게 작용을 할 것인가, 이런 점이죠.
▶ 김광현 SBS 기자:
그래서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에게 이 학생의 사례에 대해서 문의를 해봤습니다. 결론은 대입에서 그렇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입학사정관은 1,2,3학년 전체 학년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이처럼 한 학년에서만 아주 극단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적혀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평가 내용에서는 일단 제외를 하고 평가를 한다는 설명인데요. 다시 말해서 학생과 교사 간에 어떤 문제가 다른 어떤 게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면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김광현 SBS 기자:
네. 현재 학생부의 종합평가는 담임교사가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로서는 혹시나 담임교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학생에게 평생 남는 기록에다가 사실이 아닌 걸 마치 사실처럼 기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고요. 이번 사례처럼 교사 자신이 부모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감정을 학생부에 남기면 안 되겠죠. 분명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담임교사로서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기록으로 남길 의무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근거가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설명이라도 적어야 할 것이고요. 객관적으로도 근거가 있고 인정할 만하다는 공감을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처럼 다른 학생에 대한 관심과 봉사는 기대할 수 없다는 둥, 의사소통에 문제가 크고, 의지박약의 모습을 보인다는 식의 세 줄짜리 평가는 누가 봐도 성의가 없는 것이거든요. 또 담임교사의 평가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현재의 이런 평가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교육청을 통해서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하니까요.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김광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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