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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잔혹한 IS도 못 꺾은 신념…노학자의 팔미라 사랑



지난 18일 중동의 가장 큰 고대 유적인 팔미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안경을 낀 한 노년 신사의 시신이 두 동강 나서 로마시대 유적 기둥에 걸린 것입니다.

이 신사의 이름은 칼리드 알아사드(향년 83세). 평생 팔미라를 사랑하고 팔미라를 연구해 '미스터 팔미라'라고 불린 학자입니다. 팔미라에서 태어난 아사드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공부한 몇 년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팔미라에서 보냈습니다. 1963년 팔미라 유적 담당자로 임명됐고, 2003년 은퇴할 때까지 40년 동안 팔미라를 책임지고 관리했습니다.

그의 팔미라 사랑은 특별했습니다. 딸에게는 팔미라를 다스렸던 제노비아 여왕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버지의 열정을 지켜본 아들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팔미라 연구에 투신했습니다.

[아므르 알아즘 /미국 쇼니주립대 교수]
"아사드는 팔미라의 모든 구석구석과 갈라진 틈 하나까지 알고 있었어요. 그냥 책을 사서 공부해서는 알 수 없는 지식을 아사드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지식을 영원히 잃어버린 거죠. 지난 5월 팔미라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이슬람 이전의 고대 유적을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테러단체 IS가 팔미라를 점령하기 위해 진군해 온 겁니다. 아사드는 아들과 함께 팔미라의 유서 깊은 유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사드는 팔미라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팔미라를 점령한 IS는 곧바로 아사드를 체포해 1달 넘게 심문했습니다. 돈이 될만한 유물의 행방을 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사드는 끝내 거부했습니다. 아사드로부터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IS는 여러 사람 앞에서 아사드를 공개처형했습니다.

팔미라에서 태어나 평생을 팔미라에 바쳤고, 딸과 아들마저 팔미라와 연관지은 칼리드 알아사드. 그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인류는 IS 같은 미치광이들의 횡포 속에서도 인류에게 남겨진 가장 소중한 유산 중
일부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아사드 님의 명복을 빕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그래픽: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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