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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가 트림을 하지 못하게 하라

[취재파일] 소가 트림을 하지 못하게 하라
소나 양, 염소, 사슴, 기린의 공통점은 반추동물,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반추동물은 우선 먹이를 삼켜 첫 번째 위를 채운 뒤 편안한 곳에서 먹은 것을 게워내 다시 씹는 되새김질을 한다.

반추동물의 첫 번째 위에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은 삼킨 먹이를 발효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먹이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메탄(CH4)이 발생하고 이 때 만들어진 메탄은 동물이 트림을 하는 동안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메탄은 에너지라는 점이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셰일가스(Shale gas)의 주성분이 메탄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반추동물이 트림을 통해 메탄을 배출하는 것은 먹이를 통해 얻은 에너지의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출한다는 뜻이 된다. 반추동물이 트림을 많이 해서 메탄을 많이 배출하면 배출할수록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장이 느려지고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추동물을 키워 고기나 젖을 생산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동물이 트림을 많이 하는 것이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는 메탄이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점이다. 메탄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지구온난화지수, Global Warming Potential)는 이산화탄소보다 20~80배나 크다. 반추동물이 트림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강력한 온실가스가 그 만큼 많이 배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추동물이 트림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난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메탄 발생을 억제하는 각종 약물을 먹이에 섞어주는 방법부터 위에서 먹은 것을 발효시키는 미생물을 없애는 항생제나 백신을 투여하는 방법, 그리고 각종 식물성 추출물이나 지방산, 심지어 계면활성제까지 사용해 메탄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졌다(Kobayashi, 2010). 최근에는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더 크지만 처음에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반추동물에 메탄 배출을 줄이는 각종 약물이나 화합물, 항생제, 백신을 투여하면 반추동물의 성장이나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또 메탄 발생 억제제를 투여한 반추동물의 육류나 젖을 사람이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또 어느 억제제를 얼마만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최근 미국과 브라질, 호주, 스위스, 프랑스 국제 공동 연구팀은 '3NOP(3-nitrooxypropanol, 일종의 메탄 발생 억제제)' 라는 물질이 젖소가 배출하는 메탄을 30%나 줄이면서도 우유의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젖소의 소화능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Hristov et al., 2015).
연구팀은 홀스타인 젖소 48마리를 대상으로 12주 동안 사료에 메탄 발생 억제제인 '3NOP'를 섞어 먹인 결과 젖소가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30%나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3NOP를 먹여도 젖소의 소화능력이나 우유 생산량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료에 3NOP를 섞어 먹일 경우 우유 성분 가운데 단백질이나 젖산의 양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주 동안 3NOP를 먹은 젖소의 경우 3NOP를 먹지 않은 젖소에 비해 체중 증가량이 80%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를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사료에서 얻은 에너지가 메탄으로 배출되지 않고 세포 합성에 이용돼 체중을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트림 등을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뉴질랜드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절반이 넘는 57%를 차지한다. 2012년 미국에서 사육하는 가축에서 배출한 메탄은 이산화탄소로 산출할 경우 1억 4천만 톤이나 됐다. 미국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메탄의 25%가 가축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 한해에 21억 톤이나 된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6.3%를 가축이 배출하는 것이다(Hristov et al., 2015).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의 육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반추동물 사육 두수는 크게 늘어나고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메탄 배출 억제제를 먹인 소나 양의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메탄 발생 억제제를 먹인 가축의 고기나 유제품이 우리의 건강이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Alexander N. Hristov, Joonpyo Oh, Fabio Giallongo, Tyler W. Frederick, Michael T. Harper, Holley L. Weeks, Antonio F. Branco, Peter J. Moate, Matthew H. Deighton, S. Richard O. Williams, Maik Kindermann, Stephane Duval, 2015: An inhibitor persistently decreased enteric methane emission from dairy cows with no negative effect on milk produ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504124112

* Yasuo Kobayashi, 2010: Abatement of methane production from ruminants: Trends in the manipulation of rumen fermentation. Asian-Aust. J. Amin. Sci., Vol. 23, N0. 3 : 4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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