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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은밀한 인터넷 약 거래의 함정

병원에 가지 않아서 좋고,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되니 더 좋고, 신분을 숨기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낙태는 성폭력 등 원치 않는 임신, 질병이나 기형 등이 의심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그러니 낙태약을 만드는 것도, 사고파는 것도, 수입하는 것도 원천 금지돼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SBS 뉴스토리팀의 취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낙태약'을 검색했더니, 병원 또는 약국 사이트인 것처럼 가장해 버젓이 미프진이라는 낙태약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의약품 거래는 단속당국의 눈길을 피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상담과 주문은 인터넷 대화창으로만 이루어지도록 돼 있습니다. 

어렵게 불법 유통업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는 "임신 기간에 따라 30~70만 원 정도의 약값이 든다"며 "외국에서는 가정상비약처럼 흔하게 먹는 것이라서 부작용 후유증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 신상정보는 거래 즉시 폐기처분을 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부작용은 없을까요? 낙태나 인터넷 거래의 특성상 밝히기를 꺼려서 그렇지, 피해 사례는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이 약을 먹고 3주 정도 지나도록 하혈이 멈추지 않아 뒤늦게 병원에 갔는데, 태아 적출물이 일부 남아 자궁벽에 눌어붙어버려 수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긁어내야 했다"며 후회했습니다.

낙태약뿐만 아닙니다. 인터넷에서는 로아큐탄 이소티논 이소티나 등 중증 여드름 치료제가 '피부 좋아지는 약'으로 왜곡된 채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로 10대 청소년들이나 20대 여성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중증 여드름 치료제들은 실제로 여드름 치료뿐 아니라, 지성 피부 등에 개선 효과가 좋은 약입니다.

다만 거의 예외 없이 피부가 마르고 코피가 나거나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부작용이 동반됩니다. 따라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면서 경과에 따라 약 처방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약국에서도 임의로 팔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심지어 중고약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약값이 꽤 비싼 편이라 여드름 치료를 하다가 남은 약을 파는 사람들. 그저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니 의사 처방 없이 구하겠다고 사는 사람들. 명백히 불법입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런 약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유통과정에서 어떤 환경에 노출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더욱이 부작용 등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사이버 수사담당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법 유통업자들이 수십개의 도메인을 사용해가면서 IP 추적을 어렵게 하고, 의약품을 발송할 때도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데 날마다 우체국을 바꿔가며 발송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적수사가 어렵다."

약은 양날의 칼입니다.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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