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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통법에 골룸 된 LG전자, 미래는 어디로

노트5-아이폰6S에 무너지나

[취재파일] 단통법에 골룸 된 LG전자, 미래는 어디로
요새 LG전자가 어렵습니다. 최고 16만원도 하던 주가는 어느새 지난 주 후반 4만원 언저리까지, 4분의 1로 주저앉았습니다.

이쯤되니 여러 사람들이 "그러면 지금 LG전자 주식을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주식 사라고 권하는 증권사들마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전망치를 내놓은 15개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5만 6천원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반짝 해봐야 크게 나아질게 없다는 이야깁니다.
●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1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이었습니다.

그전엔 쏠쏠하게 나가던 G3는 그 이후 판매가 뚝 꺾여버렸고, 결국 지난 2분기엔 스마트폰을 1410만대나 팔았는데도 고작 이익은 2억원 밖에 내질 못했습니다. 한 대 당 11원 남긴 셈입니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팔아도 떡 하나당 11원은 더 남길텐데 말이죠.

단통법은 왜 찬성했을까?

LG 내부에선 '기술의 LG'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반대로 삼성에게는 '마케팅의 삼성'이란 표현을 쓰죠. 삼성이 잘하는건 마케팅일 뿐이지,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기술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겁니다.

LG가 애초에 "단통법을 어서 하자"고 했던건, 스마트폰도 갤럭시가 잘 팔리는건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써가면서 하는 마케팅을 잘해서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돈 빼고, '정정당당하게' 붙어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죠.

마치 전교 1등 하는 친구가 있는데 부자 엄마가 과외비를 펑펑 써서 그런거라며, 고액 과외 끊고 학교공부으로만 싸워보자고 덤볐던 꼴인데, 문제는 그 친구가 정말 실력이 더 나았던 겁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죠.

● 단통법에 골룸이 된 LG전자

단통법 이후, LG전자를 보면서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딱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이었습니다.

원래 호빗족인 스미골은 '사우론'이 만든 절대반지를 손에 쥔 이후, 세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반지를 놓지 않다가 추한 몰골의 골룸이 되고 말았죠.

LG전자도 비슷합니다. (통신)'사우론'이 만든 단통법이란 절대반지를 덥썩 쥐고 삼성을 이기는 꿈을 꿨지만, 결과는 자기 머리만 빠지는 꼴이 되고 만거죠.

단통법 이후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오그라들었고, 특히 LG의 자리는 더 축소되면서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삼성은 90% 이상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팔기 때문에 국내시장이 위축되도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LG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걸 간과한 겁니다.

단통법이 시행되고 한달 쯤 뒤, LG전자 상층부에선 "왜 우리 스마트폰이 갑자기 안 팔리냐"는 질책이 떨어졌습니다. 전혀 이렇게 될거란 예측을 못했던 것이죠. 그리고 결국 최근엔 정부에 단통법에 정해진 보조금 상한을 없애달라는, 1년 전 주장과 정반대의 요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 "그래도 전략은 바꾸지 않는다"

문제는 LG전자는 지금도 이렇게 된 이유를 외부에서, 그리고 직원들에게서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열렸던 기업설명회에서 스마트폰 부분의 부진 이유를 "아이폰이 화면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짚은 것부터 그렇습니다. 아이폰이 잘한건 맞지만,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는 아무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어서 스마트폰 부분의 직원들을 재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직원 중에 20%를 자리를 바꾼다는데, 그나마 문제가 직원들이라고 본 모양입니다. 조직을 이렇게 크게 흔들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엔 정말 치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바람과 선원 탓하면 배가 앞으로 갈까

오히려 이런 대응을 보자니, LG전자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 보입니다. 판단 실수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됐다 싶으면 빨리 잘못을 인정하든 판을 뒤집든 해야 됩니다. 실수를 한 경영진은 비판 받겠지만, 회사는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LG전자 수뇌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골룸이 되어 머리카락이 다 떨어져나갈 판국에 애플 탓을 하고 직원 탓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사흘 뒤엔 삼성의 노트5가 출격을 하고, 다음 달엔 아이폰6S를 포함해 애플의 신제품까지 나올 예정입니다. LG전자가 말하는 외풍은 더 세질텐데, 이 태세로 과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때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바람과 선원 탓만 하는 선장 때문에 LG전자의 앞날은 더 험난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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