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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선행학습 규제 1년, '학생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취재파일] 선행학습 규제 1년, '학생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과도한 학습량 경감과 지나친 사교육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된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된 지 곧 1주년이 됩니다. '선행교육 규제법'의 정식 명칭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정부에서는 '공교육정상화법'이라고 부르고, 보통은 '선행학습 규제법'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9월 12일자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학교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학교 모두 선행교육 금지', 학원에서는 '선행학습 유발 광고 금지'를 골자로 합니다. 법 취지대로라면 우리 학생들은 자기 학년에 맞게 적절하고 적당한 공부를 하며, (현 정부 교육 캐치프레이즈인) '꿈과 끼'를 꽃피우며 살았어야 할텐데요. 학생 여러분, 지난 1년간 '학생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법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이달 초, 교육부는 학교 '방과후교실'에서는 선행학습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하니, 학생들이 학원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냐는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합니다. 또 "농산어촌 등의 지방 소재 학교 재학생, 저소득층 학생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적 배려"도 필요했다고 설명합니다. 

● 공교육정상화법 일부 개정안 (제8조)
 
현행 개정(안)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학교 모두

선행교육 금지
☞ 정규 교육과정의 선행교육 금지,

방과후 학교는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자율 운영

법이 시행되면서 '예비 고3'인 고2 학생들이 지난 겨울방학때 학교 방과후교실에서는 고3 예습은 할 수 없어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입시라는 현실적 문제가 걸린 겁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선행학습 규제법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방과후학교 교사들이나 업체들의 반발 등이 잇따르자,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9월초에 초등학교 1,2학년에서는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위협 요소인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사교육 업체들은 '선행교육 광고'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법을 어겼을 때 학원을 규제할 어떤 근거도 이 법에는 없습니다. 사교육은 손도 못 대면서, 공교육만 규제하는, 태생부터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입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는 동안, 사교육 시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최근 사교육 과열지구 주요 13개 학원의 선행 학습 광고 실태를 조사해 봤는데요.

초등학생이 미국 고3 학생들 과목까지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국 11학년이나 12학년 학생들 중에는 선택적으로 대학과정을 미리 준비하는 AP과목을 듣기도 하는데, 국내 어학원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AP 과목까지 가르치고 있다는 겁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학원의 경우 7년에서 최대 10년도 넘는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분들이나 학부모님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사교육 선행학습의 '끝판왕'은 수학이지요. 이 단체는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나 의과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학 과목에서 선행 4-5년은 기본이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수학 선행' 키워드만 검색해도 이런 광고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한 학원들, 지난 1년 동안 교육 당국에서 '연락'을 받긴 했을까요?

법 시행 초기부터 학교 내 선행학습만 금지하고 이제는 그것마저 완화하면서, 사교육 시장의 선행교육 광고 처벌 조항은 있지도 않은 현실입니다. 그 사이 오히려 공-사교육간 선행 비대칭 정도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만 바보가 될 것만 같은 현실, 우리 '학생살이'는 별반 나아진 것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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