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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교차로 2년 전까지 '조선총독부 땅'…잔재 여전

<앵커>

이 뿐 아니라 일제 시대, 일본인이나 일본 기관의 소유가 된 땅도 아직까지 정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인 종로 교차로 일부가 불과 2년 전까지 조선총독부 명의의 땅이었다니 기가 막힐 일이죠.

노동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7년 확장된 서울 종로구의 교차로입니다.

이 도로 일부는 일제의 식민 통치 기관인 조선총독부 명의 땅이었습니다.

1999년 서울 동대문구에 난 이 도로의 일부도 일제의 수탈 선봉에 섰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명의였습니다.

해방 후 곧바로 환수됐어야 할 땅들이지만, 국가로 귀속된 것은 해방되고도 68년이나 지난 재작년의 일이었습니다.

일제의 최고 수탈 기관들이 공문서에 버젓이 땅 주인으로 기록돼 있었는데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온 겁니다.

면적 5천㎡인 청주의 이 밭은 정부의 환수 추진 대상입니다.

토지 대장을 보면 소유주가 일본식 이름인데, 이 땅을 빌려 농사 짓는 사람에게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마을 주민 : ㅇㅇㅇ이라는 사람이 아버지 때부터 계속 부쳤었거든요. 그 사람들 땅이었으니까 제가 얘기하고 (경작) 했었죠.]

땅 주인이라는 사람은 일본이 패망하자 달아난 일본인한테 조상이 산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소유권 주장 주민 :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생사를 모르고 일본으로 쫓겨갔는지 오갈 데 없어졌는지 (모를 일본 사람한테), 틀림없이 '아버지가 쌀 한 가마니 주고 산 거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일본인 땅 정리를 수십 년이나 미루다 보니, 국유화해야 할 땅이라는 정황이 있어도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승덕 사무관/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 6·25도 있었고 해서 중간에 서류들이 사라진 게 많습니다. 과거에 있던 서류 찾기가 어렵죠. (당시) 사시던 분들은 이미 또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고, 과거 사실을 아시는 분들을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일본인이나 일본 기관 명의 땅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 환수하기 시작한 게 불과 3년 전의 일입니다.

2년여 만에 총독부 땅 310필지, 동양척식 땅 26필지, 일본 법인 땅 88필지 등 103만㎡ 땅이 환수됐습니다.

[이준식/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 해방된 지 60년이 지나도록 조선총독부를 비롯 한 통치기관 또는 일본인 명의의 재산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죠. 그만큼 일제 잔재 청산을 정부가 방기했다는 셈이 되는 거니까 부끄러운 일입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황인석·강동철·신동환, 영상편집 : 김지웅)    

▶ 日 잔재 그대로 방치…갈 길 먼 '친일재산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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