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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다리기엔 시간 없다"…25년간 피 끓는 외침

<앵커>

해방된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종군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 역사에서 결코 아물지 않는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죠.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최대 현안이고 세계 여성 인권 문제의 상징입니다.

박아름 기자가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는 쉼터입니다.

매주 수요일은 88살 길원옥 할머니가 외출하는 날입니다.

[길원옥/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어린 학생들 나오고 그러는데 정작 우리가, 나가야 할 사람이 안 나가면 안 되겠죠.]   

한 걸음 떼는 것도 힘든 상태지만, 부축을 받으며 수요집회로 향합니다.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에 부치지만, 2002년부터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곳, 외침을 들어주는 곳이 있다면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갑니다.

수도 없이 반복해온 일상이지만, 이제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잦아졌습니다.

[일 년이 아니라 한 달 한 달이 달라요. 달라져요, 사람이.]  

여생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바치리라, 10년 전 세상 앞에 다짐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할 줄은 몰랐습니다.

[10년 전 인터뷰 (2005년) : 하여튼 죽는 날까지 해결 안 되면 죽는 날까지라도 나가서 싸울 판이니까.]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흘렀지만 할머니가 아직도 편히 쉬지 못하는 건, 가슴 속 응어리를 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75년 전, 13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5년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5년 전 인터뷰 (2010년) : 돈 벌고 기술 가르쳐 준다니까 이렇게 좋은 데가 있나 하고 따라간 것이 공장이라는 것은 구경도 못 하고…]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로부터도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위안부 문제는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반세기가 지나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故 김학순/1993년 기자회견 : 죽어도 한이 없어요, 이제. (앞으로)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야 말 거고 언제든지 하고 말 거니까요.]   

고 김학순 할머니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38명의 할머니가 용기를 냈습니다.

할머니들의 요구는 일본이 만행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초기에는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힌 고노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던 일본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해결과는 먼 자세를 보였습니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일본의 무책임함 속에 25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위안부 할머니 191명이 눈을 감았습니다.

[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30분 간격으로 별세했습니다.]

올해에만 8분이 돌아가셨고 이제 남은 생존자는 47명입니다.

평균 연령은 89살에 이릅니다.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기력도 하루가 다르게 쇠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존자가 줄면서 증언할 몫이 더 커졌다는 생각에 할머니들은 쇠약한 몸을 이끌고 또다시 카메라 앞에 나섭니다.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 달라는 것, 할머니들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김복동/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수년이 지나고 내 나이가 90살 아닙니까. 오늘 떠날지 내일 떠날지 모르는 걸 생각할 때, 일본을 기다리다가는 너무나 시간이 없어요.]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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