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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점점 커져가는 '슈퍼 엘니뇨'의 공포

[취재파일] 점점 커져가는 '슈퍼 엘니뇨'의 공포
적도 동 태평양의 바닷물이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 구역(Nino 3.4 해역; 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도~170도)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8.9℃로 평년보다 1.8℃나 높은 상태다. 남미 페루 연안 해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80도~120도)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7.3℃로 평년보다 2.6℃나 높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에서 무역풍(동풍)이 약해지면서 적도 동 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학적으로 정확하게는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 구역(Nino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4℃ 이상 높고 이 같은 고수온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 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이 때 해수면 온도는 하루하루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긴 흐름에서 경향을 보기 위해서 5개월 이동 평균한 값을 사용한다(한국 기준).

엘니뇨는 크게 적도 중앙 태평양의 바닷물이 더 뜨거워지는 이른바 중 태평양 엘니뇨(CP El Nino, El Nino Modoki)가 있고 적도 동 태평양의 바닷물이 더 뜨거워지는 동 태평양 엘니뇨(EP El Nino)가 있는데 현재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엘니뇨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동 태평양 엘니뇨다.

현재 중간 강도까지 발달한 엘니뇨는 올 하반기 지속적으로 발달해 강한(strong)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엘니뇨 감시 구역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기간이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엘니뇨 감시 구역의 수온은 평년보다 1.8℃ 높다. 이미 강한 엘니뇨 직전까지 발달한 상태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엘니뇨가 오는 겨울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90%가 넘고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85% 정도나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한(very strong)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슈퍼 엘니뇨는 1972-73년과 1997~98년, 1982~83년 엘니뇨 등 모두 세 차례로 관측사상 가장 강하게 발달했던 엘니뇨는 1997-98년 엘니뇨다. 1997-98년 당시 적도 동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최고 4℃ 이상 높은 곳도 있었다.

강한 엘니뇨나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 만큼 지구촌에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라면을 하나 끓일 때 500cc 정도의 물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로 5분 정도는 가열을 한다.

단 500cc의 물을 끓이는데 들어가는 열을 감안할 때 태평양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의 온도를 2℃ 높이는데 얼마나 많은 양의 열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엘니뇨가 발생했다는 것은 평상시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엄청난 양의 열이 적도 동 태평양에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쌓인 열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주변 바다나 대기로 퍼져 나가면서 바닷물 순환과 대기의 흐름을 바꿔 놓는다. 전 세계적으로 평상시와 다른 기상 상태, 기상이변을 부르는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염이 길어지면서 기록적인 가뭄이 나타나고 있고 가뭄으로 인해 산불까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년 중 가장 건조한 시기로 좀처럼 빗방울을 구경하기가 힘든 7월에 폭우가 쏟아지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것도 엘니뇨의 영향이다.

엘니뇨가 더욱 크게 발달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상이변과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강력한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만들어지는 태풍의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태풍 발생지역이 평상시와 달리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남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평상시보다 수온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뜨거운 바다를 오랫동안 이동하면서 보다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겨울철에 엘니뇨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상난동과 함께 폭설이 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호주 북동부와 동남아시아, 인도지역에서는 기록적인 가뭄이, 그리고 중남미 동태평양 연안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4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미 서부지역에는 올 겨울 강수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가뭄과 폭우, 홍수 같은 이변이 이어질 경우 곡물 생산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뿐 아니라 세계 식량 수급과 경제 또한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과 재해뿐 아니라 식량 수급과 경제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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