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 번 죽고 마는 것이니 왜놈과 가까이해서 죽게 될 진데. 어찌 의병에 충실하다 죽어서 끝내 좋은 이름을 차지하는 것만 하겠느냐."
이 문장은 전주역사박물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특별전에 소개된 호남 의병의 정신적 지주인 전해산 의병장이 남긴 글이다.
전해산 의병장은 1908년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전장에서 기개 넘치는 문장으로 가득 찬 '진중일기'를 집필했다.
숭고한 기개가 느껴지는 전해산 의병장의 문장은 일본 정부가 한반도 침탈의 역사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역사의식마저 흐릿해져 가는 후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처절한 절규처럼 들린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북의 의병사를 들여다보면 숭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며 "선열들은 5월의 목련처럼 목숨이 꺾이는 순간에도 일본에 대항해 기개를 잃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북에서 독립운동과 항일의병 활동을 벌인 애국지사들의 충정 넘치는 항일 투쟁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망국의 슬픔에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단식했고, 일본의 회유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우물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에 반대해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이슬처럼 사라지기도 했다.
전북 익산(옛 이리) 출신의 독립운동가 김근배 지사는 1910년 항일독립운동을 위해 청년들을 교육하던 교육자였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청년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김 지사를 회유해려고 '은사금'(일제가 한일합병 이후 조선인들을 회유하기 위해 사용한 돈)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독립운동가로서 충절을 지켰고, 일제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돌을 안고 우물에 몸을 던졌다.
남원 출신의 이태현 지사 역시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하며 항일운동의 길을 걸었다.
이 지사는 광복을 3년 앞둔 1942년 10년 넘게 항일운동을 벌이다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도피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순국을 택했다.
그는 '일제의 한복판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겠다'고 결심한 뒤 남원에 있는 순사주재소를 찾아가 단도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
전주에 있는 신흥학교와 기전학교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3·1운동에 직접 참여해 고초를 겪었다.
결국 두 학교는 1937년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폐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동희 관장은 "공치봉, 김영상, 이봉환, 장태수 지사는 일제에 항거하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곡기를 끊었던 분들"이라며 "하루 만 굶어도 그 고통을 참기 어려운데 목숨을 잃을 때까지 단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애국지사들의 기개를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일본정부의 안하무인격인 행태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라져가는 역사의식"이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조의 기개를 되돌아 보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역사를 잊은 그대에게'…광복 70주년에 되돌아본 선조의 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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