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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견과류 곰팡이 독 검출률 증가…기후변화가 원인?

[취재파일] 견과류 곰팡이 독 검출률 증가…기후변화가 원인?
● 땅콩에 핀 곰팡이가 치명적인 독 내뿜어

올해 초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서울 내에 있는 가게와 대형마트에서 106건의 견과류를 무작위로 구매해 분석해봤습니다. 곰팡이 독이 있는 견과류를 가려내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한 대형마트에서 유통된 국내산 땅콩 1건에서 기준치를 넘는 곰팡이 독이 검출됐습니다. 국내산 땅콩이었는데, 허용 기준치 15ug/kg의 8배 수준인 116.4ug/kg의 독성분이 나온 겁니다. 이 곰팡이 독의 이름은 ‘아플라톡신’입니다. 이름이 조금 조금 생소하실 텐데요, 옥수수나 벼, 씨앗, 견과류 등에 피어나는 곰팡이가 내뿜는 독이라고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아플라톡신'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B1, B2, G1, G2 4종류의 독성이 특히 강합니다. 가장 위험한 아플라톡신 B1은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서울에서 구매한 땅콩에서도 아플라톡신 B1이 많이 나왔습니다. 1988년 말레이시아에서 13명의 어린이가 쌀국수를 먹고 사망했는데, 혈액과 간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되는 등 급성 사망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 곰팡이 독 검출률 2011년 <1%> → 2015년 <17%>

그런데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를 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올해 시행한 검사 106건 가운데 아플라톡신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건 총 18건입니다. 2011년 시행했던 같은 검사에서는 111건의 땅콩 가운데 단 1건에서만 아플라톡신이 검출됐습니다. 2011년 검사에선 검출률이 0.9% (111건 중 1건)였는데, 2015년에는 검출률이 17% (106건 중 18건)까지 증가한 겁니다.

물론 단 2회의 검사 자료를 가지고 아플라톡신이 검출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점점 고온 다습해지는 한반도 기후로 곰팡이 독의 생성률이 영향을 받을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 연구들도 기후변화로 아플라톡신의 발생이 점점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로 기온 상승…곰팡이 자라기 쉬워져

아플라톡신을 내뿜는 곰팡이는 사실 열대지방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온대기후에서는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기온이 20℃도 이하일 때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기온이 점점 상승하면서 예전엔 곰팡이가 자라기 어려웠던 지역이, 점점 곰팡이가 자라기 쉬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지난 2012년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기온이 증가하면 아플라톡신이 점점 더 북쪽으로, 더 넓은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아플라톡신 발생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수입 작물 의존도가 높아서 아플라톡신이 있는 해외 작물이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질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곰팡이 독소가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2012년부터 곰팡이 독소에 대한 오염도 조사를 시작했고, 곰팡이 독소에 대한 기준 규격도 내년에 재평가할 예정입니다.

● 식품 구입 후에도 곰팡이 독 발생, 보관 주의해야


당장 기후변화로 곰팡이 독이 체감할 만큼 급증하진 않겠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아플라톡신은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구입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보관을 잘못하면 발생할 수 있고, 열에 의해서 파괴되지도 않습니다. 곰팡이 독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색이 변하거나, 색이 변한 반점이 있는 견과류는 곰팡이가 핀 것일 수 있어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2. 옥수수나 땅콩을 보관할 때는 껍질 채로 보관하는 것이 껍질을 벗긴 채 보관하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3. 곡류 등을 보관 할 때는 습도 60%이하 온도 10~15℃에서 보관 하는 게 좋고, 최대한 온도 변화가 적어야 합니다.

4. 껍질에 곰팡이가 피면 빠르게 제거 하고, 곰팡이가 훨씬 쉽게 번식 할 수 있는 부서진 땅콩이나 옥수수 알갱이 등은 따로 분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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