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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포스코 비리 수사의 칼끝 어디까지 갈까?

검찰, "정준양 전 회장이 특혜 지시" 진술 확보

[취재파일] 포스코 비리 수사의 칼끝 어디까지 갈까?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지난 3월 13일 포스코 건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비리 수사의 시작이었다. ‘국민 기업인 포스코의 정상화를 위해 비리 단서가 있는 한 계속 수사를 해 나가겠다’던 검찰 수사는 현재 5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그 동안 포스코 건설을 시작으로 포스코 본사와 협력업체들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대거 소환 조사했다.

● 두 갈래로 진행된 포스코 비리 수사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포스코 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하청업체로부터 영업비 명목의 비자금 조성 ▲현장 전도금 가운데 일부 빼돌려 비자금 조성 ▲해외 영업 현장에서 비용 부풀려 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가 확인됐고, 비리에 관여했던 임직원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포스코 건설 비리의 정점에 정동화 전 포스코 건설 부회장이 있고, 그 윗선에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이 있다는 게 검찰이 그린 그림이었다.

두 번째는 포스코 그룹과 협력업체들 사이 이권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다. 포스코로부터 철강 중간재인 슬래브 사들여 철선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협력업체 코스틸이 먼저 수사 선상에 올랐고,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혔던 성진지오텍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두 업체 관련자들은 모두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이번에 검찰에 소환된 배성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종합건설은 수사 초기부터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은 업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업체 3곳 모두 정준양 전 회장과 관련이 있다. 검찰은 포스코 협력업체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고, 이 돈이 정준양 전 회장과 연결되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했다.

● 두 차례 영장 청구 기각…불거진 수사 실패론
공교롭게도 포스코 비리 수사의 두 갈래 모두 정점에는 정준양 전 회장이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정준양 전 회장을 출국금지했지만, 앞서 설명한 두 갈래에서 모두 정준양 전 회장에 다다르지 못했다. 정동화 전 부회장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 모두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 컸다. 지난 5월 횡령과 업무방해, 배임수재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 소명 정도나 법률적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두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벌인 검찰은 동양종합건설과 유착 고리를 확인했다며 정동화 전 부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영장 청구 역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추가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나 영장 기각 이후 보완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동화 전 부회장에 대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은 검찰에 뼈아팠다. 5개월 내리 기업 한 곳을 파헤쳤지만 비리의 정점은 조사 한 번 해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수사 실패론이 불거졌다. 기존에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던 업체나 인물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다 포스코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검찰 수사는 분수령을 맞게 된다. 정준양 전 회장이 직접 동양종합건설의 특혜 수주를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 "정준양이 850억 특혜 지시" 진술 확보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특혜를 주도록 지시했다는 그룹 내부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지난 2010년 포스코가 수주한 인도 CGL 제철소 공사에서 토목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토목 공사는 850억 원 규모로 동양종합건설의 연 매출 6백억 원보다 큰 규모다. 당시 포스코 건설 인도 법인에서 일하던 복수의 직원들은 인도 법인장이 국내에 있는 정동화 전 부회장에게 ‘동양종합건설이 토목 공사를 수주한 것은 정준양 회장의 지시’라고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정준양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850억 원 수주 특혜를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확보된 셈이다. 검찰은 또 정준양 전 회장과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이 포스코 해외 공사 현장에 같이 갔던 사실도 확인했다. 2010년 2월엔 인도 CGL 제철소 공사 현장에, 2010년 10월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일관제철소 사업 부지 착공식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했다는 건데, 검찰은 두 차례 모두 두 사람의 출입국 일자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포스코의 회장과 협력업체 회장이 함께 해외 공사 현장에 나갔다는 사실을 특혜 수주 의혹의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진행된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정준양 전 회장이 정조준 된 것이다. 검찰은 3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포스코와 동양종합건설 사이 특혜 수주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물론 동양종합건설이 포스코 공사를 수주하는 데 정준양 전 회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소환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배성로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자연스럽게 검찰 수사의 다음 단계는 정준양 전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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