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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계 최대 비딱한 '중국판 피사의 사탑' 아시나요?

사탑, 즉 '기울어진 탑' 하면 무엇을 떠올리시게 되나요? 열이면 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대답할 것입니다. 중세의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꼽힐 만큼 유명해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도 이렇게 '기울어진 탑', 사탑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시겠죠? '아하! 짝퉁의 나라답게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을 만들었나보다.' 아닙니다. 오리지널 사탑입니다.

기울어진 각도로 따지면 세계 1위입니다. 심지어 '피사의 사탑'보다 먼저 건설됐습니다. 중국 상하이 송장지구에 있는 '후주탑'이 그 주인공입니다.

후주탑의 건축 연대는 북송 시대인 1079년입니다. '피사의 사탑'은 1173년부터 2백년동안 건설돼 1372년에 완공됐죠. 그러니 '피사의 사탑' 착공 시기와 비교해도 무려 100년 가까이 먼저 지어졌습니다.

기울어진 각도는 7.1도에 달합니다. '피사의 사탑' 기울기가 5.5도니까 1.6도 이상 더 큽니다. 사탑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후주탑은 7층에, 높이가 20미터쯤입니다. 8층에 58.36미터인 '피사의 사탑'보다는 아담합니다. 원래는 거대한 사찰의 부속 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찰은 계속된 화재로 완전히 사라졌고 탑만 남았습니다. 1983년 상하이시에 의해 지역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워낙 기울어진데다 출입구 부분이 마치 파 먹힌 듯 훼손돼 있어 매우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탑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후주탑은 벽돌을 현재의 시멘트와 비슷한 접합 물질을 이용해 쌓아올린 8각형 구조입니다. 이 접합물질은 쌀풀과 모래 진흙, 그리고 석회를 혼합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탑의 몸체는 매우 견고합니다. 또 각 층에 4개의 창문을 냈는데 층을 번갈아가며 다른 방향을 향하게 해 구조적으로도 대단히 균형이 잡혀있고 안정적입니다."

무려 9백36년 전에 현대의 시멘트와 비슷한 접착 물질을 만들어 사용했다니 놀랍습니다.

다만 기울어진 연원은 '피사의 사탑'보다 신비감이 떨어집니다. 잘 아시는 대로 '피사의 사탑'은 건축이 진행되던 당시부터 조금씩 기울어졌습니다. 지반의 침하 현상으로 알려져 있죠.

1년에 몇 밀리미터씩 조금씩 기울어 불가사의로 꼽히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지반 보강 공사를 거쳐 기울기 5.5도에서 멈춘 상태입니다.

반면 후주탑은 인간의 영향이 큽니다. 후주탑도 지반 약화로 수백 년 전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했지만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40년대 이 탑 주변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탑 기반을 마구 파헤치면서 지하에 동공이 형성됐습니다. 그때부터 빠른 속도로 기울어져 1982년 6.51도였던 기울기가 최근 7.1도까지 커졌습니다.

상하이 당국은 현재 기반 부분에 철제 빔을 설치하는 등 보강 공사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전면 보수 공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저는 1년 동안 상하이에서 연수 생활을 했습니다. 송장 지역에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후주탑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피사의 사탑'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는데 반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기울어진 후주탑은 왜 이렇게 무명에 가까울까요?
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시는 대로 근대 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는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두 낙체의 속도는 같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그 유명한 실험을 합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빨리 떨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잘못된 명제를 일거에 뒤엎었습니다. 관념에 의한 추론 대신 실험에 의해 증명을 하는, 근대 과학의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었죠.

'피사의 사탑'은 그 건축학적 아름다움에 조금씩 기울어지는 미스터리, 그리고 역사적 사건까지 아우라를 더하면서 세계적인 명승지가 됐습니다. 후주탑에는 이런 아우라가 부족한 셈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에 세계에서 가장 기울어진 탑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혹시 상하이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꼭 한 번 후주탑의 신비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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