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엄마한테는 딸이 제일 소중하고 필요해. 살아와 줘서 고마워. 내 딸, 힘내. 사랑해."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남성과 동반 자살을 하려다 혼자 살아남아 이 남성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박 모(26·여)씨의 어머니가 어제(10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601호 국민참여재판정 증인석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박 씨는 차마 어머니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일부 배심원과 방청객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습니다.
박 씨는 유치원 다닐 때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친 후유증으로 학습능력이 떨어졌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이혼하는 등 가정환경도 좋지 못했고 학교에선 왕따를 당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은 박 씨는 자살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 씨는 작년 11월 우울한 마음을 떨치려 자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오히려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박 씨는 또래 심 모 씨를 만나게 됐고, 메신저 대화로 동병상련을 느낀 끝에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태릉입구역에서 만나 인근 모텔에 방을 잡았습니다.
헬륨가스를 많이 마시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심 씨의 제안에 22.5리터 헬륨가스통 4개와 김장용 비닐봉지, 호스, 술 등을 준비했습니다.
박 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다음날 새벽까지 심 씨와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오후 3시 깨어났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박 씨는 헬륨가스통에 호스를 연결한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침대에 엎드려 숨져 있는 심 씨를 발견했고,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심 씨의 자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민 법관 앞에서 판단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박 씨가 '카카오톡' 대화에서 심 씨에게 "우리 동네에 적당한 모텔이 있다"며 장소를 주도적으로 정한 점, "네가 남자니까 잘 리드해달라"며 심 씨를 부추긴 점 등을 들어 자살방조 혐의에 대한 박 씨의 유죄를 주장했습니다.
또 사건 당일 모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봤을 때 박 씨가 심신미약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심 씨가 혼자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박 씨가 심 씨의 죽음을 말릴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박 씨의 어머니 임 모 씨도 증인석에 서서 딸의 성장과정 등을 증언했습니다.
임 씨는 "이혼에 만성 신부전증까지 겹쳐 일주일 중 절반은 신장 투석을 하러 병원에 가고 나머지는 가사도우미 일을 나가면서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생계에 급급해 딸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최후진술에서 박 씨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기회를 주시면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배심원단 8명 전원은 박 씨가 유죄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동반자살 준비 과정에서 심 씨가 더 주도적이었다는 점, 박 씨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에 있어서는 선고유예 의견을 냈습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박 씨에 대해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유예된 형은 징역 6개월입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는 "배심원 다수가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꿈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살아와 고마워" 어머니 눈물에 자살방조 여성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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